2025.09.18 12:05 PM
By 전재희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이민·에너지 정책 이견에도 동맹 강화 강조
영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틀간 왕실급 의전을 선보이며 화려하게 맞이했다. 국빈만찬, 전투기 편대 비행, 낙하산병의 성조기 퍼포먼스까지 곁들여진 이번 방문은 갈등을 봉합하고 양국 동맹을 부각하려는 전략이 뚜렷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목요일 치커스 총리 전용 별장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등을 두드리며 "우리가 다른 점도 있지만, 대부분은 함께한다"고 말하며 갈등 지점을 피해 갔다. 대표적으로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문제에 대해 "총리와 이견이 있다"고 짧게 언급했을 뿐, 곧바로 대화를 다른 주제로 돌렸다.
방문 기간 동안 영국은 미·영 기술 동맹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스타머 총리는 약 3,400억 달러 규모의 양방향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며 "역대 최대 규모의 협력"이라고 평가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 수장들이 참석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영국 내 AI 인프라에 3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윈저성에서 찰스 국왕과 함께 군악대의 'Y.M.C.A.' 연주를 관람했고, 이어 열린 백타이 만찬에서는 케임브리지 공작부인 캐서린 옆자리에 앉아 "인생 최고의 영예 중 하나"라고 극찬했다.
외교 성과는 제한적
화려한 의전과 투자 발표에도 불구하고 외교 현안에서 가시적 성과는 미미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스타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트럼프는 "유럽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며 유가 하락이 전쟁 종식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문제: 스타머는 "안전한 이스라엘과 실행 가능한 팔레스타인 국가가 필요하다"며 며칠 내 공식 발표를 예고했으나, 트럼프는 인질 석방 전까지는 이스라엘에 압박을 가하지 않겠다고 했다.
영국 내 불법 이민 증가로 지지율 하락을 겪는 스타머에게 트럼프는 자신의 강경 이민정책을 권고했다. "군대를 투입하든 어떤 수단이든 불법 이민은 나라를 내부에서 무너뜨린다"고 경고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의 표현의 자유 제한을 비판해 온 것과 달리, 이번에는 스타머 정부의 관련 논란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오히려 트럼프는 최근 지미 키멜 쇼 퇴출을 두고 "재능 부족 때문에 잘린 것"이라며 조롱하기도 했다.
에너지 정책에서는 북해 석유·가스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풍력 발전에 집중하는 영국 정부와 대비되는 입장을 보였지만, 트럼프는 "영국이 잘되길 원한다"며 부드럽게 노선을 수정할 것을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