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9 07:01 AM

아시아 Z세대, 왜 지도자들에게 분노하는가?

By 전재희

특권 누리는 정치 엘리트 vs 기회 박탈당한 청년 세대

네팔 카트만두에서 부패와 소셜미디어 규제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 보도했다. 

  • 아시아 곳곳에서 정치 엘리트의 특권과 청년층의 기회 부족이 대비되며 시위가 확산.
  • 네팔,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필리핀 등에서 Z세대 주도 시위 발생.
  • 경제 성장이 아닌 '인구 보너스'의 좌절이 젊은 세대의 분노로 이어짐.

WSJ 보도에 따르면, 네팔에서는 정치인의 아들이 명품 쇼핑백으로 만든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찍은 사진이 불을 지폈고, 인도네시아에서는 최저임금의 10배에 달하는 국회의원 주거수당이 문제였다. 동티모르에서는 국회의원용 고급 SUV 구매 계획이 거센 반발을 샀다.

네팔 Z세대 시위현장

(네팔 Z  세대 시위현장. SCMP)

이처럼 정치 엘리트가 누리는 과도한 특권은 경제적 기회가 부족한 젊은 세대의 분노를 폭발시키며 아시아 전역에서 시위를 촉발하고 있다.

지난 9일, 네팔의 카드가 프라사드 샤르마 올리 총리는 결국 사임했다. 그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지도자들에 이어 최근 3년간 세 번째로 민중 봉기에 의해 권좌에서 물러난 남아시아 지도자가 됐다. 동티모르와 인도네시아에서는 정치인들이 일부 특권을 철회하거나 사퇴하는 등 양보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필리핀에서는 부패 의혹 속에 하원의장이 물러났다.

"네포베이비 vs 이주 청년"

22세 앱 개발자 사미프 파우델은 카트만두 의사당 앞 시위에 참여하며 이렇게 말했다.
"한쪽에는 부패를 드러내는 네포베이비(권력층 자녀)들이 있고, 다른 쪽에는 사랑하는 나라와 가족을 떠나야 하는 평범한 청년들이 있습니다."

그는 AI로 만든, 올리 총리가 돈다발을 먹는 풍자 이미지를 전단으로 들고 나왔다며, "네포베이비 문제가 우리 세대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됐다"고 말했다.

좌절된 '인구 보너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매달 100만 명의 청년이 남아시아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한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도 비슷하다. 그러나 충분한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으면서 '인구 보너스'는 오히려 '인구 적자'로 불린다.

ILO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5~24세 청년 중 교육·훈련·고용에 모두 속하지 않은 비율은 네팔 33%, 방글라데시 30%, 인도네시아 21%로, 분쟁지역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아·태 지역 노동자의 3분의 2(약 13억 명)는 여전히 비공식 고용 상태에 머물러 있어, 안정적인 성장 기회를 얻기보다 그저 생계를 유지하는 데 그치고 있다.

네포베이비 논란과 폭발한 시위

시위 전, 네팔 청년들은 정치인 자녀들의 SNS 사진을 공유하며 #nepobaby 해시태그를 달기 시작했다. 명품 브랜드 가방으로 장식된 크리스마스트리 앞에 선 비두 쿠마르 타파 주(州) 장관 아들의 사진은 특히 큰 공분을 샀다.

정부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주요 SNS 사용을 금지하자 학생들과 청년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경찰과의 충돌로 21명이 사망했다. 다음날 분노한 군중은 장관의 집과 국회의사당, 카트만두 힐튼 호텔을 불태웠다.

올리 총리는 사임 후 "정부가 시위대를 향해 발포를 명령한 적은 없다"며 억울함을 주장했다. 타파와 그의 아들은 혐의를 부인했지만, 이미 민심은 돌아선 뒤였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도 번지는 불만

인도네시아에서는 조코위의 후임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이 일부 국회의원 특권을 철회하며 사태를 진정시켰지만, 정치인 가족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추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cabinetcouture_idn)이 생겨 17만 명 넘는 팔로워를 모았다.

정치 세습도 문제다. 인도네시아 의회의 약 25%는 정치인 친인척으로 채워져 있다. 필리핀은 더욱 심각해, 2025년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주지사 82명 중 71명이 정치 명문가 출신이었다. 이번에 사임한 마르틴 로물데스 하원의장은 대통령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의 사촌이다.

"SNS로 연결된 분노한 세대"

아트마자야 가톨릭대 연구원 요에스 케나와스는 이렇게 분석했다.
"지금 청년 세대는 교육을 받았고 SNS로 연결돼 있습니다. 하지만 졸업 후에는 마땅한 일자리를 얻지 못합니다. 정치적·경제적 기회는 여전히 가진 자들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