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3 07:26 AM
By 전재희
트럼프 행정부가 임신부의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복용 자제를 공식 권고하면서 제약 및 의료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은 22일(월) 백악관에서 열린 발표에서 "임신 중에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최소 용량을 복용해야 한다"며, 특히 고열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라고 당부했다.
FDA는 모든 아세트아미노펜 제품에 임신부 경고 문구를 새로 부착하기로 했으며, 국립보건원(NIH)은 자폐증 원인 규명을 위한 연구 보조금을 확대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폐증의 원인이 100% 규명된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선제적으로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발표의 근거는 최근 10여 년간 발표된 다수의 관찰 연구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임신부가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했을 때 아이가 자폐증이나 ADHD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상관관계를 보고했다. 그러나 다른 대규모 연구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과학계에서는 따라서 "위험 신호는 있지만, 아직 명확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점에서 행정부의 메시지는 "조심해서 나쁠 것 없다"는 예방적 차원의 의미가 강하다. 그러나 대통령과 보건 당국이 위험성을 단정적으로 강조하면서, 대중이 과도한 불안을 느껴 꼭 필요한 경우에도 약을 꺼릴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의료계 반응은 엇갈린다. 미국정신의학회(APA)는 "아세트아미노펜은 지침대로 사용할 경우 임신부에게 비교적 안전하다"며 정부 발표가 과학적 합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타이레놀 제조사 켄뷰(Kenvue) 역시 "아세트아미노펜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일부 연구자들은 "반복적으로 위험 신호가 보고되고 있는 만큼 불필요한 복용은 줄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의료계 전체가 일치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니며, 신중론과 경고 강화론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행정부는 또 자폐 아동 치료 방안으로, 공공의료보험 메디케이드가 항암제·빈혈 치료제로 쓰이는 류코보린(leucovorin) 처방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인도의 한 임상 연구에서 일부 긍정적 결과가 보고됐지만, 자폐증 과학재단 등은 "표준 치료제로 인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 조치 역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동시에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결국 "불확실성 속에서 정부가 얼마나 강하게 위험을 강조해야 하는가"라는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예방 원칙 차원에서 정부가 강력한 메시지를 내는 것은 공중보건적으로 의미가 있지만, 과학적 합의가 없는 사안에서 단정적 어조가 사용될 경우 정책 신뢰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