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4 09:42 AM
By 전재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월 23일(현지시간) 제80차 유엔 총회에서 약 한 시간에 걸친 연설을 통해 국제질서의 근본 문제로 글로벌리즘(globalism) 과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 을 지목하고, 이를 "파괴적 실험"이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이 주권과 정체성을 기반으로 스스로의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며, 이민 억제, 에너지 자립, 산업 보호, 자유 수호를 핵심 화두로 제시했다.
■ "글로벌리즘이 국가를 무너뜨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을 사례로 들어, "정치적 올바름 때문에 아무 조치도 하지 못한 채 불법 이민이 대륙 전체를 압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방적 이민 정책을 "실패한 실험"으로 규정하며, 미국이 불법 입국자를 전면 구금·송환한 뒤에야 국경 위기가 진정됐다며 성과를 부각시켰다.
그는 특히 유엔이 이민자들을 위한 현금 지원·교통·식량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점을 문제 삼으며, "유엔은 침략을 막아야 할 기관이지, 재정을 지원하며 침입을 촉진하는 기관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주권국가는 자신들의 시민을 지킬 권리와 의무가 있다"며, 모든 나라에 국경 통제 강화를 촉구했다.
■ PC주의 비판: "현실의 범죄와 안보 위협을 가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정치적 올바름(PC) 이 정책 판단을 흐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난민·망명 제도가 실제로는 범죄자와 인신매매 조직에 악용되는 사례를 열거하며, "선의에 범죄로 보답한 이민 정책은 종식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수십만 아동이 인신매매 과정에서 실종·사망했다"며, 이는 "글로벌리스트 이민 아젠다의 본질적 결과"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를 도덕적 언어의 외피 속에서 은폐된 구조적 범죄로 설명하며, "정치적 올바름보다 시민의 안전이 우선"이라는 논지를 강조했다.
■ 기후·에너지 정책: "녹색 전환은 파산으로 가는 길"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 정책 역시 "PC적 합의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비싸고 불안정한 에너지"라 부르며, 유럽에서 전기요금 폭등으로 인한 냉방 접근 제한과 대규모 사망을 사례로 들었다.
"유럽은 탄소발자국을 줄이려다 산업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 그 희생은 중국·인도 등 규칙을 따르지 않는 나라의 배출 증가로 모두 상쇄됐다"고 그는 말했다. 이 발언은 기후 협약과 국제적 환경 규범을 '불공정한 자원 분배 메커니즘' 으로 보는 그의 일관된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All green is all bankrupt(모두가 녹색이면 모두가 파산한다)"라는 표현까지 쓰며, 화석연료와 원자력 발전을 통한 에너지 자립과 저비용 공급을 강조했다.
■ 무역과 산업: "규칙을 지킨 나라만 손해 봤다"
경제·무역 문제에서도 글로벌리즘을 겨냥했다. 그는 "규칙을 지킨 산업국가들의 공장이 규칙을 어긴 나라들로 이전됐다"며, 미국이 관세를 산업 보호와 주권 수호 수단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자유무역과 다자 협정을 통해 생산과 투자가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질서에 대한 근본적 문제 제기였다.
■ 유엔 비판: "강한 성명뿐, 실행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7개의 전쟁을 종식했다"고 주장하면서, "유엔은 어느 경우에도 개입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엔을 "강한 성명은 있지만 후속 조치는 없는 빈 껍데기"로 묘사하며, 다자주의가 실질적 집행력 결여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그는 생물무기 확산 방지를 위해 AI 검증 시스템을 활용한 새로운 국제 감시 체계를 제안하며, 유엔이 이 과정에서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다자 규범을 부정하기보다 '실행 중심'으로 재설계하자는 요구로 풀이된다.
■ "표현의 자유·종교 자유 수호가 최우선"
연설 말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표현과 언론의 자유, 그리고 종교 자유는 어떤 국제적 규범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독교 박해를 언급하며 "세계에서 가장 박해받는 종교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글로벌 담론 규범과 국제기구가 표현과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는 흐름에 대한 반대 선언으로 해석된다.
■ 분석: '주권 블록' 대 '글로벌 규범' 충돌 가속화
이번 연설은 단순히 미국 국내 지지층을 겨냥한 수사가 아니라, 국제 질서 재편에 대한 규범 경쟁 선언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기조는 미국 우선주의를 넘어, '주권 블록(Sovereigntist Bloc)' 형성을 염두에 둔 전략적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반면, 이 노선은 기존의 글로벌 규범 체제와 마찰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연설은 글로벌리즘·PC주의 비판을 관통축으로 삼아, 각국의 주권 수호·국경 통제·에너지 자립·산업 보호·자유 수호를 외교·안보·경제의 최우선 과제로 재설정했다. 이는 세계화 시대의 협력 프레임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메시지이자, 다자주의에 맞선 주권주의 질서 재편론의 선명한 선언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