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8 10:00 PM

신용시장 '과열' 경고음... 갑작스런 파산에 월가 긴장

By 전재희

미국 신용시장이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 이면에 과도한 낙관론과 부실 위험이 쌓이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최근 자동차 관련 기업 두 곳의 갑작스러운 파산은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증폭시키며 "시장이 너무 완벽하게 가격 책정된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고 있다.

신용시장 과열 조짐

투자자들은 낮은 보상에도 불구하고 기업 부채를 대거 매입하고 있다. 투자등급 회사채의 미국 국채 대비 추가 금리는 0.74%포인트로 1998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으며, 정크본드(고수익 채권) 스프레드도 2007년 금융위기 직전 수준인 2.75%포인트에 근접했다.

월가의 황소상

(월가의 황소상. 자료화면)

바클레이즈의 고수익 채권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상황을 영화 스타워즈 속 "쓰레기 압축기 방에 갇힌 프린세스 레이아와 한 솔로"에 비유하며, 시장의 사방에서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파산 신호: 트리콜로와 퍼스트 브랜즈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업체 트리콜로 홀딩스(Tricolor Holdings)는 이달 파산 보호를 신청하고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저신용·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직접 판매·대출·회수까지 맡는 "Buy Here, Pay Here" 방식을 운영했으나, 제3자의 감독이 부재해 내부 통제 취약성이 지적돼 왔다. 파산 직후 이 회사가 발행한 자산유동화채권 일부는 액면가의 20% 수준으로 급락했다.

며칠 뒤,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 브랜즈 그룹(First Brands Group)도 60억 달러 규모 부채와 회계처리 문제로 일부 계열사에 대해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민간 신용(Private Credit)의 불안

월가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급팽창 중인 **민간 신용시장(Private Credit)**이다. 10년 전만 해도 미미했던 이 시장은 이제 2조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아폴로, 블랙스톤 같은 사모펀드들이 중소기업·부동산·개인에게 직접 대출을 제공하는 구조인데, 일부 차입 기업들은 현금 대신 "지급인-kind(PIK)" 방식으로 이자를 지급하며 연명하고 있다.

S&P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BDC(기업개발회사) 대출 중 11%가 현금 대신 PIK 이자를 받고 있었다. 또한 Fitch의 민간 신용 부도율은 지난 7월 9.5%까지 치솟았다가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경기와 연준의 역할

향후 신용시장의 향방은 경기 흐름과 연준(Fed)의 통화정책에 달려 있다. 물가 압력이 완화되고 고용시장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다면, 연준이 금리 인하를 통해 차입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과도한 낙관론 속에서 최악의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오크트리 캐피털의 하워드 마크스의 경고처럼, 시장에 쌓여가는 불안 요소는 무시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