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9 07:48 AM
By 전재희
미 연방대법원이 대통령이 독립기관 임원을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을 둘러싼 핵심 판례를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권 강화 전략이 미 정부 구조 전반에 중대한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폭스뉴스(FOX)가 29일 보도했다.
대법원은 지난주 명령을 통해 1935년 '험프리 대 미국(Humphrey's Executor v. United States)' 판례를 다시 다루기로 했다. 이 판례는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이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을 해임하려 했으나 "정당한 사유 없이 대통령이 위원을 해임할 수 없다"는 취지로 제한을 둔 결정이었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한 FTC 위원 레베카 슬로터를 이유 없이 해임한 데서 비롯됐다. 대법원은 긴급 결정(6대3)에서 슬로터 해임을 일단 유지하기로 했으며, 본안 심리에서 험프리 판례를 재검토할 예정이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법률 연구원 한스 폰 스파콥스키는 "헌법은 대통령을 행정부 수반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마치 CEO가 기업 전체를 통제하듯, 대통령도 행정부 전체를 지휘할 권한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학자 조슈아 블랙맨은 "만약 험프리 판례가 뒤집히거나 축소된다면, FTC뿐 아니라 증권거래위원회(SEC), 연방노동위원회 등 다른 독립기관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연방준비제도(Fed)는 '준(準)사적 기관'으로 특별 취급될 가능성이 있으며, 현재 리사 쿡 연준 이사 해임 사건도 별도로 진행 중이다.
대법원은 이미 최근 판례에서 대통령의 인사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2010년 회계감독위원회 독립성 축소 판결
2020년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국장 해임권 인정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당시 "대통령이 자신을 대신해 권한을 행사하는 자를 해임·감독할 권한은 헌법 2조에서 비롯된다"고 명시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트럼프와 보수 진영이 추구해온 '단일 행정부(unitary executive)' 이론과 직결된다. 대통령이 행정부 내 모든 기관을 지휘·통제해야 한다는 이론으로, 트럼프는 이미 취임 직후 여러 독립기관 임원을 법적 근거 없이 해임하며 이를 현실화해왔다.
보스턴대 로스쿨의 제드 슈거맨 교수는 "트럼프는 법학자나 판사들이 수십 년간 주장한 것보다 훨씬 강력하게 단일 행정부 이론을 현실화했다"고 평가하면서도, 동시에 "그의 행태는 이 이론이 사실상 권위주의적 발상임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헌법 전문가 존 슈는 "1935년의 FTC와 오늘날의 FTC는 전혀 다르다"며 "현대의 FTC는 조사, 소환장 발부, 소송 제기, 벌금 부과 등 행정·입법·사법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어 대통령의 감독권 강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