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30 06:09 AM
By 전재희
반유대주의 논란에 '자격 박탈' 추진...수십억 달러 연구비 위기
워싱턴-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와의 갈등을 한층 더 격화시키며, 반유대주의 의혹을 이유로 연방 보조금 수혜 자격을 박탈하는 절차(debarment)에 착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부유한 대학인 하버드가 연방 보조금에서 배제될 경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민권국은 29일 앨런 가버 하버드 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대학을 자격 박탈 절차에 회부한다고 통보했다. 이는 올해 초 동결된 22억 달러의 연구비를 복원하라는 이달 초 보스턴 연방법원 판결 이후, 백악관이 새롭게 꺼내든 압박 수단이다.
자격 박탈은 본질적으로 해당 기관이 연방정부와 거래할 '책임 있는 파트너'가 아니라고 선언하는 것으로, 모든 연방 보조금 지급을 차단할 수 있다. 백악관은 하버드가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문제에 충분히 대응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하버드 측은 이번 조치에 대해 즉각적인 논평을 내지 않았다. 다만 학교 측은 그간 "반유대주의 근절을 위해 조치를 취해왔으며, 정부의 공격은 헌법 제1수정조항에 따른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해왔다.
사안에 정통한 인사들에 따르면, 9월 3일 법원이 연구비 지원 중단이 부당하다고 판결한 이후 백악관과 하버드 간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행정부 관계자는 "자격 박탈은 연방정부와 거래할 책임성을 상실했다고 판단된 경우에 적용된다"며 "하버드는 여전히 반유대주의 문제에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 5월 린다 맥마흔 교육장관이 하버드의 향후 연방 보조금 자격 박탈을 경고한 데 이은 연속타다. 행정부는 또 하버드의 비영리 법인 세제 혜택과 유학생 유치 자격까지 문제 삼아왔다.
자격 박탈까지는 몇 단계를 거쳐야 하며, 최종 결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우선 행정부는 보건복지부가 모든 연방 보조금 지급을 1년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이 기간 동안 정부는 하버드를 연방 보조금 대상에서 영구 제외할지 검토하게 된다. 하버드는 통보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청문회를 요청할 수 있다.
하버드와 행정부는 수개월째 반유대주의와 다양성 문제를 둘러싼 압박 전술에 대한 타협점을 찾으려 했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버드로부터 최소 5억 달러를 확보해야 한다고 공언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