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7 07:36 AM
By 전재희
달러 불안 속 투자자들 '안전자산' 몰려...미 경제 체제 흔들림 우려 반영
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4,000달러를 돌파하며, 미국 경제의 향후 전망과 달러의 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대체자산으로 몰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올해 금 선물 가격은 미국의 주요 경제 위기 시기보다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25년 들어 50% 이상 치솟은 금값은 팬데믹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상승세를 모두 넘어섰으며, 인플레이션 충격이 컸던 1979년 이후 이처럼 급등한 해는 없었다.
이번에는 특정한 위기나 경제 붕괴가 발생한 것은 아니다. 대신 금값 급등의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후(戰後) 질서의 기반인 달러 중심의 세계 경제 체제를 뒤흔들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글로벌 무역 재편 시도는 성장 전망을 흔들면서 금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백악관이 연방준비제도(Fed)에 금리 인하 압박을 가하는 움직임은 금융 시스템의 핵심인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위협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달러 가치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지난 50년 중 가장 약한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요인들이 시장 불안 시기의 대표적 피난처인 금을 다시 주목받게 만들며, 지난 3월에는 선물 가격이 처음으로 온스당 3,000달러를 넘어섰다. 이후 무역 긴장이 완화되고 AI 열풍 속에 주식시장이 다시 최고치를 경신하는 와중에도 금값은 연일 신기록을 세웠다.
최근 상승세의 새로운 동력은 지난 8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실업률은 낮지만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상회하는 상황에서도 금리 인하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시사한 발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