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2 06:33 PM

연방정부 셧다운, 본격적인 타격 시작됐다

By 전재희

연방 공무원·계약업체 압박 심화... 군인들은 '급여 보장' 반가운 소식

연방정부 셧다운의 여파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 보도했다. 

워싱턴 D.C. 의사당 언덕 아래에 위치한 스미소니언 박물관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 연방 공무원들은 이미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가 다시 열릴 때까지 저축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방정부에 의존하는 기업들은 해고와 운영 지연이 급속히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말, 셧다운의 가장 심각한 여파 중 하나를 완화하기 위해 "임시 자금 확보"를 발표했다. 그는 10월 15일 급여일을 앞둔 130만 명의 현역 군인과 수십만 명의 예비군 및 주 방위군이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계약업체, 즉 청소원·콘크리트 작업자 등 정부를 위해 일하지만 셧다운 후에도 임금 보장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 연방직원에 의존하는 공항 근무자들, 정부 통계 부재로 경영 판단이 어려워진 기업인들, 소기업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창업가들, 홍수보험 발급 중단으로 주택거래를 마무리하지 못하는 소비자들 등은 점점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존 튠(John Thune, 사우스다코타)은 콜럼버스데이 주말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국의 가정들이 이미 영향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황은 훨씬 더 악화될 것입니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AP )

튠과 다른 공화당 지도부는 "민주당이 상원에서 정부 재개 예산안 통과를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원이 이미 11월 21일까지 정부를 재개하기 위한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켰지만, 민주당은 "수천억 달러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 연장 보장" 없이는 표결에 참여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비공식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양당 지도부 모두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민주당 상원의원 마크 켈리(애리조나)는 NBC 방송 <밋 더 프레스(Meet the Press)>에서 "이제 진짜 협상과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버지니아 북부 교외의 한 타운홀 미팅에서는, 연방정부 청사 경비와 시설 관리를 담당하는 계약업체 멜우드(Melwood)의 관계자 주엘린 코스그로브(Jewelyn Cosgrove)가 셧다운으로 인해 회사 직원 1,000명의 급여가 위협받고 있다고 지역구 하원의원 수하스 수브라마냠(D., Va.)에게 호소했다.

"직원들은 단지 일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저 현장에 나가 일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에요."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은 문을 닫았고, 관광객들은 유리문 너머로 내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네바다 남부에서는 10월 10일 기준으로 약 150명의 국방 관련 근로자가 강제휴직(furlough) 상태에 들어갔다. 이들은 네바다 실험장(Nevada Test Site) 등 국가안보 관련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다. 노조 지도자 토미 블리치(Tommy Blitsch)는 장기화될 경우 소속 조합원 중 약 900명의 국방 계약직 근로자가 일시해고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이 굶주려서는 안 됩니다. 자녀의 건강보험을 걱정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라며, "의회는 예전에 내게 파업을 말릴 때 했던 말을 자신들에게 해야 합니다. '방에 들어가서 해결책을 내고, 사람들을 다시 일터로 돌려보내라'고요."라고 말했다.

정치 지도부는 여전히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Hakeem Jeffries, 뉴욕)는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공화당이 '내 방식 아니면 안 된다'는 태도를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공화당 소속 하원의장 마이크 존슨(Mike Johnson, 루이지애나)은 같은 방송에서 "진짜 문제는 민주당의 비현실적 태도"라며 "실제 고통을 겪는 국민들에게 그들은 무관심하다"고 반박했다.

백악관 관리예산처(OMB)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군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사용한 재원은 국방부 연구개발비 중 미집행 예산 약 80억 달러에서 나왔다.

이전에 트럼프 행정부는 여성·영유아 지원 프로그램(WIC) 과 비수익 노선 항공운항 보조 프로그램 등 일부 핵심 사업에도 임시 예산을 투입한 바 있다.

이러한 조치는 당장 가계의 부담을 덜어주지만, 동시에 의회가 셧다운을 빨리 끝내야 할 동기를 약화시킬 수도 있다.

TD 시큐리티즈의 애널리스트 크리스 크루거(Chris Krueger)는 "백악관이 지금 '행동 촉발 요인(action-forcing catalyst)'을 제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상생활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 연방 중소기업청(SBA)의 대출이 중단되었고,

  • 연방 홍수지도상 지정 지역 내 주택 매매는 홍수보험 발급 중단으로 거래가 불가능하다.
    스티펠 파이낸셜의 워싱턴 정책 전략가 브라이언 가드너는 "이런 상황이 주택시장과 소상공인 모두에 큰 타격을 준다"고 말했다.

증권거래위원회(SEC) 직원 대부분이 무급휴직 중이어서, 일부 기업은 주식이나 채권 발행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항공 분야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 등 주요 공항에서는 항공관제사와 보안요원이 무급 상태로 근무하고 있어 지연이 늘고 있다. 이는 2019년 한 달간 이어졌던 셧다운 사태를 종식시킨 핵심 요인이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민주당 하원의원 데이브 민(Dave Min)은 "급여를 못 받는 걸 알면서도 근무에 나오는 항공관제사들을 만났다"며 "그들은 현재는 몇 주 버틸 수 있지만, 셧다운이 길어질수록 생활이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 경영진들은 고용 통계 등 정부 경제지표 부재와 정책 불확실성에 가장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EY-파르테논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그렉 다코(Greg Daco)는 "기업들이 확장과 혁신 투자 결정에 더욱 신중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D.C. 외에도 캔자스시티, 멤피스, 오그던(유타) 등은 지역 노동자 중 연방직 비중이 높아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낸시 밴던 하우튼(Nancy Vanden Houten)은 "셧다운이 장기화되면 소비 지출이 급감할 것"이라며, "일시적이라도 소득 감소가 예상되면 소비자들은 지출을 즉각 줄이는데, 백악관이 '무급휴직자는 복귀 후에도 보상받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한 만큼 그 심리는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