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5 07:12 AM

강경 노선 유지하는 시진핑 "트럼프는 시장 붕괴 앞에 물러설 것"

By 전재희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미·중 무역 갈등에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 경제가 장기적인 무역전쟁을 감당할 수 없다고 보고, 트럼프 대통령의 '주식시장 집착'을 약점으로 이용하려 한다.

"트럼프의 아킬레스건은 주식시장"

베이징은 이번 무역 대결에서 미국의 약점을 찾아냈다고 확신하고 있다 - 그것은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주식시장 집착이다.

중국 지도부에 가까운 인사들에 따르면, 시진핑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과의 장기적 무역 갈등을 미국이 견디지 못할 것이라 보고 있다.

트럼프가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를 발표했던 지난 4월, 시장이 급락했던 경험은 이러한 확신을 강화시켰다.

미중 경제
(미중 무역 및 관세전쟁, 자료화면)

베이징은 이번 달 말로 예상되는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 전에, 시장 붕괴 우려가 트럼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 제재로 대응하며 긴장 고조

이번 주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한층 끌어올렸다.
월요일에는 한국 선박회사 한화오션의 미국 법인을 제재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이 조치로 화요일 미 증시는 장 초반 급락했으나, 이후 일부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주 중국은 희토류(rare earth) 수출 제한 조치를 단행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섰다.

양측은 최근 강경 발언과 완화 시그널을 오가고 있지만, 화요일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관세 위협을 "이중잣대"라 비난하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필요하면 중국과의 거래 중단도 검토 중"

트럼프는 자신의 트루스소셜(Truth Social) 계정에서, 중국이 미국산 대두(soybeans) 수입을 거부한 것에 맞서 "식용유 및 기타 교역 품목에서 중국과의 거래를 종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증시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무제한적으로 행사하는 행정권력을 견제하는 거의 유일한 장치로 작용해왔다.

트럼프는 주식시장을 자신의 경제 성과를 실시간으로 평가하는 바로미터로 여긴다. 그는 시장이 상승할 때마다 감세·규제완화 등 자신의 정책 덕분이라 자찬하지만, 반대로 시장이 무역정책 등으로 흔들릴 때는 태도를 바꾸거나 새로운 협상을 시사해왔다.

중국 "미국 경제는 장기전에 취약"

트럼프가 "미국 경제는 사상 최고"라 주장하지만, 중국 관리들은 정반대로 보고 있다.
고용 둔화, 제조업 수축, 물가 상승이 겹치면서, 미국은 대중(對中) 무역전쟁을 감당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 금요일 희토류 수출 제한 소식과 이에 대한 미국의 보복 가능성이 시장을 급락시킨 것은, 중국이 노리는 경제적 취약점을 다시금 드러냈다.

한편 중국 경제 역시 부동산 붕괴, 부채 급증,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장기 침체에 빠져 있지만, 시 주석은 시장 충격에 크게 구속받지 않는다.

트럼프 "시진핑과 좋은 관계지만... 요즘은 좀 신경질적"

트럼프 대통령은 화요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시진핑과의 관계를 언급하며 "나는 시 주석과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가끔 그는 신경질적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와 제재 조치를 거론하며 "양측이 서로 많은 '펀치'를 주고받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지금까지 가장 성공적인 상태다"며 시장 우려를 일축했다.

"트럼프는 결국 물러설 것" - 시진핑의 계산법

트럼프가 희토류 제재에 분노를 표한 직후, 중국은 일시적으로 강경 발언을 누그러뜨렸지만 이는 '전략적 휴식'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중국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시진핑의 강경 전략은 "트럼프는 결국 물러설 것"이라는 확신에 기반한다.
이 믿음은 올해 5월의 미·중 무역 휴전에서 강화됐다. 당시 트럼프는 중국 제품에 100% 이상의 관세를 부과했지만, 중국이 희토류 자석의 세계 최대 공급국이라는 점을 활용해 압박하자 결국 일부 완화했다.

조지타운대와 미국외교협회(CFR)의 러시 도시 박사는 이렇게 분석했다.

"트럼프가 이전에 희토류 자석 문제에서 물러났다고 본 중국은, 바로 그 믿음 때문에 이번에 대대적인 공세를 펼친 것이다."

양국 협상 채널 유지... 미·중 정상회담 주목

미 무역대표부(USTR)의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 대표는 CNBC 인터뷰에서 "미·중 양국 고위 관리들이 월요일 대화를 가졌으며, 양측은 이번 사안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와 중국 부총리 허리펑(He Lifeng) 간의 통화 조율을 미 대사 데이비드 퍼듀(David Perdue) 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관심은 이달 말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정상회의(APEC) 에 맞춰 예정된 트럼프-시진핑 회담으로 쏠린다.

브루킹스연구소 중국센터의 라이언 해스(Ryan Hass)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 회담은 메시지 그 자체가 될 것이다. 큰 돌파구는 없겠지만, 시진핑은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트럼프는 희토류 공급 보장을 원할 것이다. 양측은 관세 격화 방지를 위한 휴전 연장 정도를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