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5 08:32 AM

하마스, 반대파 공개처형... 트럼프"스스로 하지 않으면 무장해제 시킬 것"

By 전재희

총격전과 공개 처형으로 내분 격화 우려... "사방에서 총성이 들렸다"

미국이 중재한 휴전으로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은 일시 정지 상태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 자리를 대신해, 가자지구에서는 하마스와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들 간의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주 남아 있던 인질들의 석방을 위한 합의 이행을 위해 이스라엘군이 철수하자, 하마스는 그 뒤로 보안병력을 대거 투입했다. 이는 자신들이 여전히 가자지구의 통치 권력임을 대중 앞에 과시하려는 조치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들 병력은 즉시 유력 팔레스타인 가문들이 지휘하는 경쟁 민병대에 대한 탄압을 시작했으며, 총격전과 공개 처형을 감행해 공포를 확산시켰다. 내분의 악순환이 오랜 기간 고통받아온 주민들에게 새로운 고통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일) 가자시의 한 병원 주변에서 벌어진 교전으로 수십 명이 사망했다고, 해당 작전을 수행한 하마스 부대와 교전한 가문 측이 밝혔다. 월요일 공개된 영상(월스트리트저널과 동일한 뉴스코프 산하 스토리풀(Storyful)이 검증)에 따르면, 하마스 전투원들이 한낮에 가족 구성원 여러 명을 공공광장으로 끌고 가 무릎 꿇린 뒤 군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처형하는 장면이 담겼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알아크사TV 텔레그램 채널이 공개한 영상의 한 장면. 월요일 가자시의 한 도로에서 공개 처형 직전의 하마스 대원들 모습이 보인다.

이 같은 폭력은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계획 논의가 인질 합의에서 더 나아가 하마스의 무장 해제와 새로운 행정·치안 기구로의 대체라는 더 복잡한 과제로 이동함에 따라 직면할 도전을 보여준다.

미국이 지정한 테러단체인 하마스의 권력 장악이 지속된다면, 이는 트럼프 계획의 요건과 충돌하게 된다.

이스라엘은 반(反)하마스 세력 일부에 무기를 제공해 왔으며, 현재 전투의 향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이스라엘 관리가 말했다.

"하마스가 통제를 재확립하고 있습니다." 이슬람주의 단체들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암만 소재 독립 분석가 하산 아부 하니에(Hasan Abu Hanieh)는 "이제 하마스는 그 누구도 자신들을 제거할 수 없고, 어떤 세력도 도전할 수 없다는 것을 외부 세계에 입증하기 위해 더욱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13일(월), 자신의 평화 계획 홍보를 위해 이스라엘과 이집트를 방문하는 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 하마스의 병력 배치와 계속되는 탄압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그는 이 단체가 폐허가 된 지역의 치안을 맡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그들은 이에 관해 공개적이었고, 우리는 일정 기간 이를 승인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14일(화) 기자들에게 "그들은 무장 해제할 것이다... 만약 하지 않으면 우리가 그들을 무장 해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하마스가 무장해제하지 않으면 무장해제시킬 것이라 발언하는 트럼프 대통령. )

하마스는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후 가자지구가 초토화되면서 권위가 크게 훼손됐다.

전쟁의 종식을 갈망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점점 더 대담하게 하마스에 대한 분노를 표출해 왔는데, 많은 이들은 이 단체가 항복을 피하고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불필요하게 전투를 길게 끌었다고 믿는다.

이스라엘의 구호품 유입 억제와 가자에 대한 군사적 통제 강화는 하마스의 주요 수입원을 차단했고, 조직의 결속을 약화시켜 급여 지급에도 어려움을 겪는 고립된 소규모 세포들로 전락시켰다.

유력 가문과 다른 무장 단체들은 이를 기회로 삼아 공개적으로 하마스에 도전하고 자신들 지역의 통제를 확립하려 했다. 이들 가운데 남부 가자지구 라파 지역의 아부 샤밥(Abu Shabab)과 같은 일부 그룹은 하마스의 장악력을 더욱 약화시키려는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았다.

이제 하마스가 반격에 나섰다. 이 단체는 전쟁의 일시 중지를 이용해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군사작전에서 내부 치안 배치로 초점을 전환, 영토 통제를 재확립하려 하고 있다.

테헤란 주재 하마스 대표 할레드 카두미(Khaled Qaddoumi)는 하마스가 가자 내무부 산하 병력을 증강해 질서 회복, 범죄자와 약탈자 단속, 이스라엘에 협력했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카두미는 "하마스는 전쟁 이후 애국적이고 민족적인 책무를 자각하고 평화와 안정을 확산시키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초기 표적 가운데 하나는 가자시의 도그모쉬(Doghmosh) 가문이었다. 양측은 2007년 하마스가 경쟁 세력인 팔레스타인 파타(파타흐)로부터 가자지구 통제권을 장악할 당시, 파타를 선호했던 도그모쉬 가문과 충돌한 오랜 갈등의 역사가 있다.

12일(일), 복면을 쓴 하마스 전투원들이 칼라시니코프 소총과 권총으로 무장한 채 가자시의 요르단 병원 밖에 나타났다. 이 지역의 이스라엘 군사작전 당시 도그모쉬 가문 인사들이 그곳으로 피신해 있었고, 하마스 전투원들은 그들에게 즉시 떠날 것을 명령했다고 가문 측은 말했다.

앞서 하마스는 이 가문에 이스라엘에 협력했다고 주장하는 가족 10명을 넘기라고 요구했다고, 포위된 지역에서 월스트리트저널과 통화한 아흐마드 도그모쉬(Ahmad Doghmosh)는 전했다. 가문 측은 아들들을 넘길 수 없다고 했다.

병원 정문에서 무장한 하마스 대원은 가족들이 즉시 떠나지 않으면 무력으로 병원을 비우겠다고 협박했다. 가족들이 거부하자 일부 총잡이들이 무기를 겨눴다. 한 대원은 가족 구성원에게 총을 겨누고 "떠나지 않으면 병원을 너희 머리 위로 무너뜨리겠다"고 위협했다. 그러자 다른 가족 구성원이 그 하마스 대원을 쏴 죽였다.

가문 측에 따르면 이 살해 사건으로 전투는 급격히 격화됐다. 하마스는 병원 주변 접근로를 차단하고 가문의 전투원을 훨씬 능가하는 병력으로 동네를 포위했다. 도그모쉬와 다른 가족 구성원들은 하마스가 집과 차량에 불을 지르고 기관총과 로켓추진유탄(RPG)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도그모쉬는 거리에서 약 20여 구의 시신을 보았고, 많은 이들이 부상당했으며 집들이 불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전투 중 WSJ과 통화한 또 다른 가족 구성원 소브히아 도그모쉬(Sobheia Doghmosh)는 "사방에서 총성이 들리고 격렬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 지역은 지금 무기를 든 복면의 총잡이들에게 완전히 포위돼 있다"고 말했다.

13일(월), 가문 "중앙위원회"는 자신들이 협박과 폭력의 표적이 됐다고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이를 팔레스타인인들의 이익에 반하는 끔찍한 범죄라고 규정했다. 가문은 또한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하마스 대원 살해를 포함해 가문을 대표하지 않는 행위들을 인정하고 선을 그었다.

가자 하마스 통제 하의 내무부는 휴전 이행 이후 질서 회복을 위한 필요한 조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혼란을 틈타 구호품을 약탈하고 다른 팔레스타인인을 공격한 범죄조직을 단속 중이라고 했으며, 살인을 저지르지 않은 경쟁 전투원들이 자수할 수 있도록 이번 주 사면기간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월 휴전 직후 남부 라파에서 구호 트럭을 호위하는 팔레스타인 무장대원들. hatem khaled/Reuters

하마스의 준군사조직 '라다아(Rada'a·억지/저지) 부대'는 가자시에서 수배자 일부를 무력화하고 민병대 거점을 장악했다고 밝혔다. 또한 가자지구 중부와 남부 지역에서 경쟁 민병대원들을 체포했다고 덧붙였다.

이 조직은 "라다아 부대는 질서를 집행하고 갱·민병대를 뿌리 뽑는 데 결연하며, 후방의 안보를 해치는 자는 누구든 철권으로 응징할 것"이라고 했다.

하마스는 오래전부터 재장악의 기회를 준비해 왔다. 하마스 정치국 일원 후삼 바드란(Husam Badran)은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에, 이 단체가 약탈과 폭리 행위를 단속하기 위한 신설 경찰력을 꾸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더 최근 이스라엘과의 협상에서, 하마스는 로켓 시스템 같은 "공격용 무기"는 포기할 의사가 있지만 돌격소총 같은 "방어용 무기"는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아랍 중재자들이 전했다. 경쟁 무장단체에 맞서야 한다는 필요가 주요 이유 중 하나였다.

하마스는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와 그 구성원에 대한 정보 수집을 진행해 왔다. 2025년 7월 내무부 보고서는 여러 단체와 활동 지역을 문서화했다. 예컨대 이스라엘 통제 지역 내에서 야세르 아부 샤밥(Yasser Abu Shabab) 민병대 지도자와 협력하기 위해 12개 소규모 무장 가문이 재편성됐다고 결론지었다. 보고서는 또한 두 건의 살인 혐의로 수배된 경쟁 전투자가 항상 흰색 기아 쏘렌토를 타고 다니며 '매우 악의적인' 성격을 가졌다고 묘사했다.

일부 팔레스타인인들은 하마스가 도를 넘을 것을 우려하며, 외부 세력이 새로운 정치 질서를 강요하려 했던 다른 지역들처럼 가자가 반란이나 더 나쁜 사태로 치달을 수 있다고 걱정한다.

팔레스타인 내부 분쟁 해결을 중재하는 변호사 무함마드 하디에(Mohammad Hadieh)는 혼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내전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매우 위험합니다. 이미 시작됐습니다."

가자는 중동의 많은 지역에서 보이는 깊은 민족·종파적 분열을 갖고 있지 않다. 중요한 분열선은 수천 명의 구성원을 가진 가문 단위에서 그어진다.

많은 이들이 밀수나 기타 범죄에 관여한다. 독립 분석가 아부 하니에에 따르면, 기존 유력 가문들이 가자 인구의 약 3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이스라엘 건국 전후 전투 속에서 다른 지역에서 떠밀려 오거나 떠나온 사람들이다. 이는 전투의 확산을 일정 부분 제한할 수도 있다.

이스라엘은 전쟁 중 일부 가문들을 하마스에 맞선 견제세력으로 포섭하려 시도함으로써 분열을 심화시켰다. 가문 의회 의장이자 하마스 집권 이전 가자를 통치했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전직 관료인 56세 니자르 도그모쉬(Nizar Doghmosh)는 지난달 아랍어를 사용하는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자신을 이스라엘군 대표라고 소개하며 가문 지역의 안정을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도그모쉬는 이를 거절했다고 했다.

이스라엘군은 논평을 거부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남부 가자의 아부 샤밥 그룹을 지원했다고 말해왔다.

이스라엘군 정보부의 전 팔레스타인 담당 책임자 미하엘 밀슈타인(Michael Milshtein)은, 하마스의 대안을 부상시키려는 시도를 "이스라엘의 환상"이라고 일축했다. "하마스가 2년 전보다 훨씬 약해졌지만, 그들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이들 집단을 분쇄할 것"이라고 했다.

대안 부재
분석가들과 이스라엘군은 오래전부터 하마스의 유일한 현실적 대안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를 가자에 복귀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네타냐후는 PA가 부패하고 무능하다며 이를 거부했고, 자신이 반대하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가능성의 진전을 경계한다.

은퇴한 이스라엘 준장 에프라임 스네(Ephraim Sneh)는 하마스의 강경 행보는 권력 공백의 결과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마스의 전략적 역할은 팔레스타인 사회와 대표권을 장악하는 것입니다. 네타냐후는 그 대안(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을 원치 않습니다."

가자 주민들은 휴전 기간 동안 거리에서 하마스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고 말한다. 하마스 경찰은 절도와 폭력행위를 억제하고 교통 흐름을 유지한다. 많은 반대자들에게조차, 이는 무법천지보다는 나은 선택지다.

일요일, 소지품을 들고 가자시로 돌아오는 피란민들이 차량 창문 너머로 보이고, 전경에는 하마스 보안요원이 검문을 서고 있다. eyad baba/Afp/Getty Images

많은 가자 주민들은 이스라엘이 하마스 경찰 다수를 사살하는 등 전쟁 이전의 안정 기반이었던 사회·정치 질서를 파괴했다고 비난한다. 또한 일부 가문들이 희소한 식량을 약탈·사재기해 폭리를 취했다고 믿는다.

가문들과 싸우는 복면 하마스 병력은 공포를 더욱 확산시켰다. 도그모쉬 가문과의 충돌 이후, 하마스는 아부 삼라(Abu Samra) 가문을 겨냥해 가자 중부 데이르 알발라(Deir al-Balah)에서 격렬한 전투를 촉발했다.

휴전 이전인 10월 초, 하마스는 알 마자이데(Al Majaydeh) 가문과 총격전을 벌였다. 가문 대변인이자 부(副) 무크타르(지도자)인 50세 무함마드 마자이데(Mohammad Majaydeh)는 전투에서 가족 구성원 약 반다스(여러 명)가 사망했고, 이어 기습적인 이스라엘 공습으로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해당 공습을 확인했지만, 이 분쟁에 개입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평을 거부했다.

마자이데는 "며칠 전 문제가 있었고, 무크타르들과 다른 남성들이 진지하게 개입해 해결책을 찾으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와의 갈등 근저에는 정치적 이유가 있다고 보는데, 자신의 가문이 압도적으로 파타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성향이라는 것이다.

가문은 하마스 정부에 충성을 선언하고 무기를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하마스는 다른 가문 지도자들과도 분열 봉합을 위해 만났다고 밝혔다. 이러한 조치들은 충돌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하마스의 가자 지배력 강화를 시사한다.

데이르 알발라의 텐트촌에 사는 64세 팔라 마스리(Falah Masri)는 "우리가 직면하고 고통받는 주된 문제는 이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하마스의 통치에서 벗어나기를 바라지만, 현실에서는 하마스가 가자 전역에 널리 퍼져 있습니다"라며 "이 상태가 계속될지 아니면 질서가 회복될 때까지 일시적인 것인지는 불분명합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