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8 08:55 AM
By 전재희
신임 CEO 루카 데 메오의 첫 행보...럭셔리 그룹 회생 노림수
프랑스 명품 그룹 케링(Kering)이 약 40억 달러 규모의 자사 뷰티 사업부를 로레알(L'Oréal)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들이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 독점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구찌(Gucci) 모기업인 케링의 새 최고경영자 루카 데 메오(Luca de Meo)가 취임 후 추진하는 첫 대형 조치로, 침체된 그룹의 운명을 되살리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번 거래는 빠르면 다음 주 공식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협상이 돌연 결렬되거나 경쟁 입찰자가 등장할 경우 일정이 바뀔 수도 있다. 이번 논의는 데 메오 CEO가 취임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이뤄진 것이다.
파리에 본사를 둔 로레알은 자사 브랜드를 비롯해 가르니에(Garnier), 메이블린 뉴욕(Maybelline New York) 등 다양한 화장품 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반 소비자부터 전문가용까지 폭넓게 제품을 공급한다. 케링의 뷰티 사업 인수 시 로레알은 향수 브랜드 '크리드(Creed)'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하게 된다.
또한 이번 거래를 통해 로레알은 케링 산하의 주요 패션 브랜드-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발렌시아가(Balenciaga), 맥퀸(McQueen)-와 연계한 신규 뷰티 제품 개발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케링은 2023년 새로운 뷰티 사업부를 신설했다. 이는 자사 브랜드의 향수 및 화장품 제품을 제3자에게 라이선스 형태로 맡기지 않고 직접 제조·판매함으로써 고성장 중인 뷰티 시장의 이익을 내부화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같은 해 여름, 케링은 향수 브랜드 크리드를 현금으로 인수하며 사업 확대에 속도를 냈다.
그러나 케링의 뷰티 사업은 회사의 다른 부문이 직면한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그룹의 최대 수익원인 구찌는 중국 시장 매출 둔화로 고전 중이며, 생로랑(Saint Laurent) 브랜드는 축소된 도매 유통망과 미국 시장의 어려움으로 성장세가 제한되고 있다.
뷰티 부문 매각은 케링의 부채 부담 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케링의 순부채는 6월 말 기준 약 110억 달러에 달했다.
케링은 베르나르 아르노의 LVMH, 에르메스(Hermès) 등 유럽 럭셔리 대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번에 CEO로 선임된 루카 데 메오는 자동차 산업에서 쌓은 경험과 '브랜드 혁신가'로서의 역량을 바탕으로 케링을 재도약시킬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최근까지 프랑스 자동차 제조사 르노(Renault)의 CEO로 재직했다.
30여 년간 자동차 업계에서 일하며 데 메오는 피아트의 '500' 모델을 현대적 아이콘으로 부활시켰고, 세아트(Seat)의 스포티 브랜드 '쿠프라(Cupra)'를 탄생시켰으며, 르노에서는 차종을 정리하고 하이브리드·전기차 중심으로 수익성을 강화해 명성을 얻었다.
그는 케링의 창립자 가문 출신인 프랑수아 앙리 피노(François-Henri Pinault)를 이어 CEO 자리에 올랐다. 피노는 여전히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