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0 07:03 AM

기록적인 주가 상승 속 '경고 신호' 감지

By 전재희

S&P 500, 경기방어 섹터(유틸리티·헬스케어·필수소비재)가 주도

월가가 방어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8월 이후 가장 불안한 장세 속에서 투자자들은 유틸리티(전력), 헬스케어(의료), 필수소비재(식료품 등)와 같은 경기 방어 업종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

이러한 업종은 경기 침체기에도 꾸준히 수익을 내는 산업으로, 소비자들이 자동차나 스마트폰, 스트리밍 서비스 지출을 줄이더라도 전기·의약품·식료품 수요는 유지된다. 이 세 업종은 2022년 6월 이후 처음으로 이번 달 S&P 500 지수 상승을 주도할 전망이다.

뉴욕 증권 거래소
(뉴욕증권거래소. 자료화면)

투자자들은 채권시장으로도 피신하고 있다. 채권 가격이 오르면 수익률이 하락하는데,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지난 3개월 동안 약 0.5%포인트 떨어져 목요일 기준 1년 만에 처음으로 4% 아래로 내려갔다. 금 가격 역시 지난주 새로운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경신했다.

"지난 6개월 동안 시장은 오르기만 했지만, 경제 뉴스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었다."
- 알렉스 샬로프, 번스타인 프라이빗웰스 CIO

10월 1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전쟁 관련 발언을 다시 꺼내면서 변동성이 시장에 돌아왔다. 주가는 일시적으로 급락했으나 주요 지수는 곧 반등해, S&P 500은 10월 8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서 불과 1.4%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표면 아래에서는 경기 둔화에 민감한 종목들에서 자금이 빠지고 있다.

경기민감 업종 급락, 신용 리스크 확산

지역은행, 소매, 주택건설, 항공사 주식이 한 달 동안 하락세를 보였다. 이런 업종은 경기 확장기에 강세를 보이지만, 최근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 브랜드(First Brands)**와 자동차 대출업체 **트라이컬러(Tricolor)**의 파산 소식이 나오며 시장 내 잠재적 부실과 사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부채시장의 불투명한 영역이 문제로 지목됐다.

"바퀴벌레 한 마리를 봤다면, 아마 더 많을 것이다."
-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트라이컬러 관련 1억7천만 달러 손실 발표 후 발언)

퍼스트 브랜드에 자금을 빌려준 제퍼리스 파이낸셜(Jefferies Financial Group) 주가는 한 달 새 27% 급락했다. 다만 지난 금요일 회사가 투자자 미팅에서 관련 상황을 직접 설명한 후 낙폭이 일부 줄었다. KKR, 아폴로(Apollo Global Management) 같은 주요 사모신용(Private Credit) 운용사들도 주가가 하락했다.

이 같은 신용 불안은 지역은행으로 번지고 있다. 자이온스 뱅코프(Zions Bancorp)는 소송 중인 차입자 두 건의 부실 대출을 충당하기 위해 5,000만 달러를 상각 처리했다고 보고했으며, 웨스턴얼라이언스(Western Alliance)는 한 차입자를 사기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역은행 주가를 추종하는 KBW 지역은행지수는 급락했다.

주요 실적 발표와 인플레이션 지표 대기

이번 주에는 자이온스뿐 아니라 테슬라, 넷플릭스, 인텔, 프록터앤갬블(P&G) 등 대형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예정되어 있다.
또한 금요일에는 월간 소비자물가(CPI) 지표가 발표될 예정으로, 시장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한편 정크등급 회사채(고수익채)에 대한 투자자 요구수익률은 국채 대비 스프레드가 6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벌어졌다. 이는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AI 랠리 속 '숨은 균열'

이 모든 경고 신호는 S&P 500이 지난 6개월 동안 사상 가장 뜨거운 상승장을 기록한 직후에 나타났다. 초대형 기술주와 AI 붐에 대한 낙관론이 시장을 끌어올리며 수십 차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이다.

낙관론자들은 여전히 기업 실적이 전반적으로 매우 탄탄하다고 강조한다.
애널리스트들은 향후 1년간 S&P 500 기업들의 이익이 16%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는데, 이는 2021년 코로나 이후 회복기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금리 인하 기대감도 주가 밸류에이션을 지지하고 있지만,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지적도 있다.

"기본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조하다고 본다. 일부 과열된 부분이 있지만 여전히 강세를 유지할 이유는 충분하다."
- 유리엔 티머, 피델리티 글로벌 매크로 디렉터

노동시장 둔화, 소비 여력 약화

최근 이어진 불안한 뉴스 흐름은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거대 기술주의 강세가 실물경제 전반의 약화 신호를 가리고 있다. 그 약세 징후는 최근 몇 주 동안 더 뚜렷해졌다."
- 밥 엘리엇, 언리미티드 펀드 CEO

번스타인의 샬로프는 경기침체가 임박했다고 보지는 않지만, 여전히 더딘 노동시장 회복이 소비 지출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저소득층 소비자는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 이후 늘었던 여가·선택적 지출이 둔화되고 있고, 이는 기업 실적과 주가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AI 투자만이 경기 지탱

올해 주식시장 랠리의 주요 원인은 세금 감면과 금리 인하가 경기 회복을 자극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아직 그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노동통계국이 셧다운으로 문을 닫은 가운데, 월가의 대체 데이터는 "미국 노동시장이 여전히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가리키고 있다.

실물경제 기업의 역할은 AI 주도형 증시 속에서 점점 축소되고 있다.
반면 AI 인프라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하는 기업들과 투자자들이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정부의 최신 GDP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 지출은 정체된 반면 AI 관련 투자 증가가 미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