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1 11:36 AM
By 전재희
아베노믹스 계승·보수 우경화 강화... "트럼프와 조기 회담 추진"
일본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성 총리를 배출했다. 자민당(LDP) 소속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가 21일(현지시간) 중·참 양원 합동 투표를 통해 제103대 일본 총리로 공식 선출됐다. 이로써 일본 정치 지형은 한층 보수적·우경화된 방향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다카이치는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전력으로 일본의 국익을 수호하겠다"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성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강한 일본 경제를 재건하고, 외교와 안보를 통해 국가의 이익을 지켜내겠다"며 "물가 상승으로 인한 국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경제 패키지를 즉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카이치는 또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외교의 핵심 축으로 삼아, 동남아 및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카이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조기 회담 추진 계획도 밝혔다.
그녀는 "트럼프 대통령과 신뢰 관계를 심화시켜 미·일 동맹을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키겠다"며 "이 동맹은 일본 외교와 안보의 초석"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주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며, 양국 간 통상 및 안보 현안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는 "한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추진 중"이라며 "양국 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실무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대통령실은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10월 말 한국에서의 양자 회담 개최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확인했다.
전 경제안보·내무장관이었던 다카이치는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존경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대처는 강한 신념과 여성적 따뜻함을 동시에 지닌 지도자였다"며 "그의 리더십은 내 정치 철학의 근간이 되었다"고 말했다.
다카이치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아베노믹스' 정책을 충실히 계승하겠다는 입장이다.
확장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며, 정부가 일본은행(BOJ) 정책에 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일본은행의 물가 목표 2%는 단순한 비용 상승이 아니라 임금 상승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카이치는 대표적인 보수·민족주의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야스쿠니 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하며 "전몰자에 대한 추모는 주권국가의 자존심"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평화헌법 개정과 대만과의 '준(準)안보 동맹' 체결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강경 외교 노선을 보인다.
사회정책에서도 보수적 입장을 고수한다.
동성결혼 합법화나 부부별성제(姓分리제) 도입에 반대하며, 외국인 관광객의 일탈 행위를 언급하며 "규칙을 어기는 외국인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내각 구성에서 여성 장관이 두 명뿐이라는 지적에 대해 다카이치는 "성별이 아니라 능력과 공정한 기회를 기준으로 내각을 구성했다"며 "모든 세대와 계층이 참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 선출 직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1달러당 152엔 선으로 급락, 1주일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그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완화 기조가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계획을 지연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다만 새로 임명된 가타야마 사츠키 재무장관이 "강한 엔화를 선호한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어 균형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선출은 자민당이 보수 성향의 일본유신회(Ishin) 와 손잡은 결과다.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의 사임 이후 다카이치가 새로운 지도자로 떠오르면서, 일본 정치는 보다 강경한 안보정책과 민족주의적 노선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다카이치 내각은 아베노믹스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사회적으로는 한층 더 보수화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