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3 07:08 AM
By 전재희
트럼프, 부다페스트 회담 취소 후 '즉각 휴전' 촉구하며 대러 정책 급선회
트럼프, 러시아 두 대형 석유기업 제재 발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두 대형 석유기업에 제재를 부과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대러시아 정책에서 급격한 방향 전환을 단행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3일 보도했다. 통신은 이로 인해 국제 유가는 목요일 5% 급등했으며,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 축소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제재는 러시아 석유 대기업 로스네프트(Rosneft)**와 **루코일(Lukoil)을 겨냥했다. 두 회사는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5% 이상을 차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부다페스트 정상회담을 통해 전쟁 종식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쓸모없는 회담(Wasted meeting)을 원치 않는다며, 갑작스럽게 회담을 취소했다.
트럼프는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취소했다. 그냥 느낌이 좋지 않았다"며 "우리가 원하는 지점까지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나중에 다시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새 제재를 "비생산적이며 평화 달성에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모스크바는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사실상 항복에 가까운 조건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EU) 정상들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브뤼셀에서 회담을 열고,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담보로 1,400억 유로(약 1,630억 달러) 규모의 대우크라이나 대출 방안을 논의했다. 러시아는 "그 자산이 압류될 경우 고통스러운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새벽 러시아 드론은 이틀 연속 키이우를 공격해 9명이 부상당했다. 러시아 방공군은 우크라이나 드론 139대를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푸틴 대통령이 이 무의미한 전쟁을 멈추지 않는 한, 크렘린의 전쟁자금줄을 차단할 것"이라며 "동맹국들도 이번 제재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석유·가스 수입은 전년 대비 21% 감소했지만 여전히 국가 예산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며 전쟁자금의 핵심이다. 다만 러시아 정부는 수출보다 **생산세(채굴세)**를 통해 주로 세수를 확보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재정에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마리아 자하로바는 "우리 경제는 이미 서방 제재에 강한 면역을 형성했다"고 말하며 제재 효과를 축소했다. 루코일은 이날 예정됐던 이사회(배당 논의)를 '새로운 상황'을 이유로 취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제재는 매우 중요하다"며 감사를 표했지만, "러시아를 휴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선 더 강력한 압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 유가는 제재 발표 직후 5% 급등했다. 인도 정유업계 관계자들은 로이터에 "미국 제재를 준수하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대폭 줄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인도는 서방의 제재 이후 러시아 원유를 할인된 가격에 최대 수입하는 주요 고객국으로 떠올랐지만, 이번 조치로 방향 전환을 검토하게 됐다.
미 재무부는 기업들에게 11월 21일까지 러시아 석유기업과의 거래를 종료할 것을 통보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제재로 인해 러시아가 미국의 2차 제재 위험을 피하기 위해 더 큰 폭의 가격 할인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국제 유가 상승이 이를 상쇄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알래스카 회담에서 즉각 휴전 요구를 철회하고 러시아의 제안처럼 '종전 협상'부터 시작하는 방안을 지지했었다.
그러나 최근 다시 입장을 바꿔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선호하지만, 전황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러시아는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휴전은 일시적인 숨 고르기에 불과하며, 우크라이나에 재무장 시간을 줄 뿐"이라며 **지속적 평화협정(land-for-peace 방식)**을 선호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조건은 사실상 영토 포기를 요구하는 항복문서"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하로바는 "이번 제재는 평화적 해결을 위한 노력에 극도로 역효과적(counterproductive)"이라고 비난했다.
전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트럼프의 조치를 "선전포고에 가까운 행위"라고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