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7 07:20 AM
By 전재희
말레이시아서 잇단 무역 합의 후 도쿄 도착... 시진핑과의 회담 앞두고 긴장·기대 교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월요일 일본에서 '왕실급 환대'를 받으며 5일간의 아시아 순방 중 또 하나의 주요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이번 순방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통한 무역전쟁 휴전 합의로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재임 이후 가장 긴 해외 순방길에 올라, 첫 방문지인 말레이시아에서 동남아 4개국과의 무역 및 핵심광물 관련 일련의 협정을 체결했다. 이어 그는 목요일 한국에서 시 주석과 만날 예정이다.
미국 당국자들에 따르면, 세계 최대 두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 협상단은 일요일 관세 인상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를 일시 중단하는 합의의 기본 틀을 마련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아시아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급등했다.
"나는 시 주석을 매우 존경하며, 이번 회담에서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 믿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도쿄 착륙 전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금색 넥타이와 남색 정장을 입은 트럼프 대통령은 도쿄 상공을 비행하며 두어 번 주먹을 불끈 쥐어 올렸다. 이후 헬리콥터를 타고 일본 수도의 야경을 둘러봤는데, 도쿄의 여러 고층 건물들이 미국 성조기의 붉은·흰·파랑색 조명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나루히토(德仁) 일왕과 궁정에서 악수를 나누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미국 대사관 앞에서 흉기를 든 남성이 체포된 사건이 발생한 직후였던 만큼, 도쿄 전역에는 수천 명의 경찰이 배치되었고, 신주쿠 도심에서는 반(反)트럼프 시위도 예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일본으로부터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약속을 받아낸 상태다. 이는 미국이 일본산 제품에 대한 가혹한 수입 관세를 일부 유예해주는 조건이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상무장관 하워드 루트닉(Howard Lutnick)과 일본의 료세이 아카자와(Ryosei Akazawa) 경제상은 월요일 도쿄에서 열린 회의 중 '전력망 구축'을 새로운 투자 분야로 논의했다.
새로 취임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는 화요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산 픽업트럭·대두·천연가스 구매 및 조선산업 투자 양해각서 체결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주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로 취임했으며, 토요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일 동맹 강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와의 친분을 언급하며, "다카이치는 내 오랜 친구 아베의 훌륭한 후배로, 아주 뛰어난 총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는 월요일 일본 재무성에서 가타야마 사츠키(片山さつき) 재무장관과 회담했다.
가타야마 장관은 기자들에게 "회담에서는 일본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과 대미 투자 약속에 대해 논의했으며,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구체적 논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나루히토 일왕이 즉위한 직후, 즉위 후 첫 외국 정상 방문객으로 일본을 찾은 바 있다. 나루히토 일왕의 역할은 상징적이지만, 핵심 외교 협상은 화요일 다카이치 총리와의 회담에서 이루어질 예정이다. 회담은 육상자위대 의장대 사열을 포함한 공식 환영식과 함께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다.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조선산업 투자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며,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국의 국방 강화 의지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금요일 국회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방위력 강화 계획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현재 해외 주둔 미군 중 가장 큰 규모의 병력을 수용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자국 방어를 위해 충분히 투자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비판한 바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GDP 대비 방위비를 2% 수준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추가 증액에는 의회 과반이 없는 연립정부의 한계로 인해 부담이 따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요일 한국 경주로 이동해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다. 베센트 재무장관은 "한·미 간 무역협정의 기본 틀은 이미 합의됐지만 이번 주 내 서명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회담은 양국이 서로의 수출품에 관세를 인상하고 핵심 광물·기술 교역을 제한하겠다고 위협한 상황에서 열린다.
양측 모두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재집권 이전의 무역 질서를 완전히 복원할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