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8 07:17 AM

트럼프, 일본 첫 여성 총리 다카이치 극찬... 희토류 공급 협정 서명

By 전재희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도쿄에서 일본의 첫 여성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를 만난 자리에서 그녀의 군사력 증강 의지를 높이 평가하며, 무역 및 희토류(레어어스) 공급 협정에 서명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아베의 후계자 강조한 다카이치, 노벨평화상 추천 약속

취임 일주일째를 맞은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의 오랜 친구이자 골프 파트너였던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치적 후계자로 꼽힌다.

그녀는 회담 내내 아베 전 총리의 유산을 강조하며, 트럼프에게 아베가 사용하던 퍼터를 유리 케이스에 넣어 선물하고, 일본 골프 스타 마쓰야마 히데키의 사인이 들어간 골프백과 금박 골프공을 건넸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나에 타카이치 일본수상
(트럼프 대통령과 가나에 타카이치 일본수상. 백악관 인스타그램 )

트럼프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다카이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4천억 달러 규모 투자 계획... 방위비 증액도 약속

양국은 이날 에너지, 인공지능(AI), 핵심 광물 분야에서 일본 기업들이 미국에 최대 4,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추진한다고 공동 프로젝트 목록을 발표했다.

앞서 일본은 올해 초 미국 내 전략적 투자·대출·보증에 5,500억 달러를 제공하기로 약속하며, 트럼프 정부의 고율 수입관세 적용 유예를 얻은 바 있다.

이러한 선의의 조치들은 트럼프가 일본에 추가 방위비 분담을 요구할 가능성을 완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는 이에 발맞춰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신속히 증액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당신은 훌륭한 총리가 될 것"

트럼프 대통령은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회담에서 "신조(아베)와 다른 이들에게서 들은 바로는, 당신은 훌륭한 총리가 될 것"이라며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된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치켜세웠다.

점심 식사 자리에서는 미국산 쌀과 소고기, 다카이치의 고향 나라(奈良)산 채소가 제공됐다.
다카이치는 트럼프에게 2019년 이후 일본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한 주요 프로젝트 지도를 선물했다.

앞으로 투자 가능성이 언급된 일본 기업으로는 미쓰비시중공업, 소프트뱅크, 히타치, 무라타제작소, 파나소닉 등이 포함됐다.

트럼프는 또 도요타가 미국 내에 100억 달러 규모의 신규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일본 시장이 미국 포드의 대형 픽업트럭 F-150을 수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일본이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조치로 평가됐다.

희토류 및 핵심 광물 공급망 협정 체결

트럼프와 다카이치는 중국이 장악한 핵심 전자부품 원료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희토류 및 주요 광물 공급망 강화 협정에 서명했다.
트럼프는 일본의 미국산 방위장비 구매 확대 노력을 높이 평가했으며, 다카이치는 그가 캄보디아·태국,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휴전 중재에 기여한 것은 전례 없는 성과라고 찬사를 보냈다.

납북자 가족과 면담... "미국은 끝까지 함께할 것"

점심 이후 트럼프는 1960~70년대 북한에 의해 납치된 일본인 피해자 가족을 만났다.
그는 "미국은 여러분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일본이 여전히 북한에 전면적인 진상 규명과 생존자 송환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을 지지했다.

트럼프는 5일간의 아시아 순방 중이며,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 가능성에도 열려 있다고 재차 언급했다.

이번 순방은 말레이시아 방문으로 시작됐고, 전날 늦게 일본에 도착해 도쿄 황궁에서 국빈 예우를 받았다.
트럼프는 목요일 한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무역전쟁 휴전을 타결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미 해군 기지 방문... "이 여성은 승자다"

정치 전문가들은 다카이치가 아베의 유산을 내세워 트럼프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전략이 국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녀는 총리 취임 이후 지지율이 급상승했으나, 연립 여당은 하원에서 과반(2석 부족)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와 다카이치는 이후 대통령 전용 헬리콥터로 이동해 도쿄 인근 요코스카의 미 해군기지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를 방문했다.

트럼프는 6,000명의 미 해군 병사 앞에서 한 시간가량 연설하며 미국 남부 국경 문제에서 미식축구에 이르는 폭넓은 주제를 언급했다.
그는 전투기 두 대 사이 무대에 다카이치를 불러 올리며 "이 여성은 승자(Winner)다!"라고 소개했고, 다카이치는 "이 지역 방위를 위해 헌신하는 미군에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트럼프는 일본이 F-35 전투기용 미사일 인도 계약을 이번 주부터 시작한다고도 밝혔다.

비즈니스 리더들과의 만찬... 손정의와 골프 대화

하루 일정을 마무리한 트럼프는 도쿄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연설하며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 골프 시합에 대한 농담을 주고받았다.
연설 후반에는 트럼프의 보좌관 스티븐 밀러가 잠시 졸기도 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는 다음날 한국으로 이동해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뒤, 목요일 시진핑과의 정상회담으로 이번 아시아 순방을 마무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