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31 07:09 AM

트럼프 "공화당이 '트럼프 카드' 써 필리버스터 없애야 한다"

By 전재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의 지지 없이 정부를 재개하기 위해, 상원 공화당 의원들에게 오랜 전통인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제도)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는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올린 글에서 "이제 공화당이 '트럼프 카드(TRUMP CARD)'를 쓸 때다. '핵 옵션(Nuclear Option)'이라 불리는 방안을 택하라 - 필리버스터를 없애라, 지금 당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이 상원을 다시 장악하면 결국 필리버스터를 없앨 것이므로, 공화당이 먼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지금 한다면, 이 터무니없고 나라를 망치고 있는 '셧다운'을 즉시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셧다운 사태 배경

정부 자금은 10월 1일부로 소진됐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이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켰지만, 상원에서 60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다. 이후 민주당은 해당 법안을 10여 차례 이상 가로막고 있으며, 공화당이 오바마케어(ACA) 보험 보조금 연장에 합의하지 않는 한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자료화면)

이 교착상태는 상원 내 공화당 의원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민주당과의 협상 시도를 이어가기보다는 차라리 필리버스터를 폐지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공화당 지도부 "필리버스터 폐지는 나쁜 생각"

그러나 존 튠(John Thune·공화·사우스다코타) 상원 원내대표와 다수의 공화당 의원들은 필리버스터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튠은 지난주 "셧다운을 끝내기 위해 이 규칙을 없애는 것은 나쁜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 전에도 그는 "공화당은 트럼프의 필리버스터 폐지 요구를 거부해야 한다"며 "그가 그 점을 이해하길 바란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필리버스터를 폐지하면 단순 과반인 51표만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어, 의회 운영 방식 전반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민주당은 필리버스터를 약화시키려 했지만, 조 맨친(Joe Manchin)과 커스틴 시네마(Kyrsten Sinema) 두 중도 성향 상원의원이 이를 막았다. 두 의원은 이후 무소속으로 은퇴했다.

트럼프는 1기 행정부 때도 필리버스터 폐지를 추진했지만, 당시 공화당 원내대표였던 미치 맥코넬(Mitch McConnell·켄터키)에게 거부당했다.

셧다운 피해 확산에 일부 공화당 의원 '고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셧다운으로 인한 국민 피해가 커지면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조시 홀리(Josh Hawley·미주리) 상원의원은 "4,000만 명 이상이 받는 식품 보조금이 끊기고, 군인 급여가 불확실한 상황을 두고 '괜찮다'고 할 수는 없다"며 필리버스터 변경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최소 네 명 이상의 공화당 상원의원이 "필리버스터 폐지에는 반대한다"고 밝혀, 민주당이 반대할 경우 규칙 변경이 불가능함을 시사했다.

톰 틸리스(Thom Tillis·노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공화당 내에서 필리버스터 폐지안에 필요한 표를 모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번 의회에서 필리버스터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나는 절대 필리버스터 폐지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며, 공화당도 분명히 그 점을 밝혀왔다"고 그는 말했다.

리사 머코스키(Lisa Murkowski·알래스카) 의원은 "필리버스터를 바꿀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고, 제임스 랭크퍼드(James Lankford·오클라호마) 의원은 "절대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존 코닌(John Cornyn·텍사스) 의원은 "그건 논의할 가치도 없다"며 "우리는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상원을 무너뜨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게 바로 그들이 원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