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31 11:12 AM
By 전재희
COP30 앞두고 "인류는 멸망하지 않는다... 빈곤·질병이 더 큰 문제"
오랜 시간 '기후 위기 대응'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빌 게이츠가 이제는 그 입장을 수정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이자 거대 자선가인 그는 최근 "기후에 대한 종말론적(doomsday) 관점은 잘못된 것이며, 오히려 우리가 진짜 해야 할 일에서 자원을 빼앗고 있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오피니언에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는 그가 2021년 출간한 저서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How to Avoid a Climate Disaster)』*에서 "혁신이 없다면 지구는 더 이상 살기 힘든 곳이 될 것"이라 경고했던 것과는 분명한 대비를 이룬다.
게이츠는 COP30(브라질, 2025년 11월 개최)을 앞두고 자신의 웹사이트에 "기후에 관한 세 가지 불편한 진실(Three Tough Truths)"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중 첫 번째 진실은 "기온 상승은 심각한 문제이지만 인류 문명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인류는 멸망하지 않는다" - 기후 재앙론에 반기 든 게이츠
"이게 정말 '불편한 진실'인가?"
사설위원회는 이렇게 반문한다.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다는 것이 '충격적인' 메시지라면, 그것은 스스로를 '기후 열광주의자'로 규정한 이들뿐일 것이다."
이들은 기후 위기를 '절대적 긴급상황'으로 묘사하며, 정치인들에게 막대한 그린 보조금과 규제 권한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게이츠는 이제 이런 접근법이 잘못됐다고 보고 있다.
그의 입장은 덴마크의 환경경제학자 비요른 롬보르그(Bjorn Lomborg)와 흡사하다. 롬보르그는 "지구 온난화는 현실이지만, 전 세계 빈곤층에게는 그것보다 훨씬 시급한 문제가 많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기후 대응의 핵심은 혁신, 적응, 그리고 경제 성장의 지속"이라고 강조해왔으며, 이는 월스트리트저널이 오래전부터 지적해온 관점이기도 하다.
게이츠는 글에서 "기후 변화는 빈곤층에 더 큰 타격을 주겠지만, 그들에게 가장 큰 위협은 여전히 빈곤과 질병"이라며 "그 점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썼다.
그는 "말라리아 같은 빈곤 관련 질병으로 매년 약 800만 명이 목숨을 잃는다"며, 반면 "더위로 인한 사망자는 연간 약 50만 명에 불과하며, 추위로 인한 사망자는 그 10배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롬보르그가 과거 동일한 주장을 펼쳤을 때 기후 운동가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던 바로 그 논리다.
게이츠는 또 "에너지 사용이 늘어나는 것은 경제 성장을 의미하므로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부유한 서방 국가의 환경운동가들이 화석연료를 땅속에 묻어두라고 압박한 결과, 개발도상국들이 발전소 건설을 위한 저금리 대출을 받기 어려워졌다"며 이런 압력이 "지구 전체 배출량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COP30을 앞둔 '기후 합의(consensus)' 진영에 대한 일종의 현실적 일침으로 평가된다.
게이츠는 여전히 청정 기술에 대한 투자는 중요하다고 보지만, 그 방향은 '재앙 회피'가 아니라 '인간 복지 향상'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거의 모든 신차가 전기차가 되고, 청정 시멘트와 철강이 기존 자재를 대체하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COP30에서는 "인류 복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는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