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2 04:58 PM

팔란티어, "대학은 시간 낭비일 수도 있다"... 고등학교 졸업생 22명 전격 채용

By 전재희

서구 문명·역사 배우는 4주 세미나 포함... '능력주의 펠로십' 첫 기수 출범

"대학은 고장났다"... 팔란티어, 고졸 인재로 '새 실험'

미국 데이터 분석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Palantir Technologies) 가 "대학은 더 이상 능력주의의 장이 아니다"라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고등학교 졸업생만을 대상으로 한 'Meritocracy Fellowship(능력주의 펠로십)'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팔란티어
(팔란티어 로고, 자료화면)

WSJ에 따르면, 500명 이상이 지원해 22명이 최종 선발된 이번 프로그램은, CEO 알렉스 카프(Alex Karp)가 제시한 "대학은 실력 있는 인재를 길러내지 못한다"는 철학을 실험하는 장이 됐다.

브라운대 합격자도 포기하고 팔란티어 택한 18세 청년

18세 매테오 자니니(Mat­teo Zanini)는 처음엔 "대학 대신 기업 펠로십에 참여한다"는 제안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팔란티어의 게시글 - "대학 입시는 잘못된 기준에 기반하고 있다. 교육기관은 더 이상 탁월함을 추구하지 않는다" - 에 끌렸고, 결국 브라운대학교 합격과 국방부 전액 장학금을 포기하고 팔란티어에 합류했다.

"모두가 반대했어요. 친구, 선생님, 카운슬러까지 다 '하지 말라'고 했죠. 하지만 부모님은 제 선택에 맡겼고, 저는 팔란티어를 택했습니다."

'서구 문명 4주 세미나'로 시작한 독특한 커리큘럼

펠로십은 4개월짜리 프로그램으로, 첫 4주 동안은 '서구 문명과 미국 역사' 세미나가 진행됐다.

매주 주제가 달랐다 - '서구의 토대', '미국의 역사와 문화', '미국 내 사상 운동', '링컨과 처칠의 리더십 사례 연구'.참가자들은 프레더릭 더글라스의 자서전을 읽고, 즉흥 연기(improv) 형식의 발표 수업을 들었으며, 펜실베이니아 게티즈버그 전쟁터를 방문하기도 했다.

조던 허시(Jordan Hirsch), 팔란티어 특별 프로젝트 담당자는 "평균 인턴십보다 훨씬 많은 걸 주고 싶었습니다. 이들은 아직 아이들이니까요." 라고 말했다.

한 참가자는 "메모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을 정도로 경험이 부족했지만, 팔란티어는 이들에게 "서구란 무엇인가?", "그 가치는 지킬 만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실제 프로젝트 투입... "3일 차에 실전이라니 미쳤다"

세미나 이후 참가자들은 'Forward-Deployed Engineer(현장 배치 엔지니어)' 팀에 합류해 실무에 투입됐다.

이들은 병원·보험사·방위산업체·정부기관 등 실제 고객 프로젝트를 맡았다.

첫 주는 '불 속의 시험(trial by fire)'이었다. 세 번째 주가 지나자, 회사는 누가 팀워크와 기술을 발휘하는지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매테오 자니니, 팔란티어 펠로우는 "입사 3일째부터 실제 고객 프로젝트를 맡는 회사가 어디 있나요? 말도 안 되죠."라고 했다.

카프 CEO "대학 졸업생, 이제는 진부한 말만 배워 나온다"

팔란티어의 창립자이자 CEO인 알렉스 카프는 하버퍼드대 철학 전공, 스탠퍼드대 법학박사 출신이지만, 최근 실적 발표 자리에서 "요즘 대학 졸업생을 고용한다는 건 진부한 말만 반복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팔란티어는 최근 미군·정보기관과의 계약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동시에 미국 중심주의와 국가안보 우선 기조를 강조해왔다. 이번 펠로십도 **'능력·실전·가치관 교육'**을 결합한 신인재 실험으로 해석된다.

"이제 대학 대신 현장에서 배운다"... 젊은 세대의 선택 변화

프로그램을 총괄한 직원 샘 펠드먼(Sam Feldman)은 "이들은 투자은행이나 컨설팅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며 "스스로 만들고 주도하는 일을 경험했다. 그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일부 참가자는 끝까지 남아 정규직 제안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며,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회사를 선택할 계획이다.
다만, 몇몇은 다시 대학 진학을 고려할 수도 있다.

교육보다 능력, 이념보다 실전 - 팔란티어의 새로운 실험

팔란티어의 '능력주의 펠로십'은 단순한 인턴십이 아니다. 이는 미국 대학의 위상, 청년 교육의 방향, 그리고 **"엘리트 대학이 아닌 실력 기반 사회"**로의 전환을 겨냥한 실험이다.

대학 대신 기업이 '문명과 가치'를 가르치고, 고졸 인재들이 '현장 경험과 책임감'을 배우는 시대, 팔란티어는 그 선두에서 "미래의 인재는 학위가 아니라 역량으로 증명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