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4 09:43 AM

인도네시아, 중국자본으로 만든 '우시(Whoosh)' 고속철 부채 시한폭탄... 부채협상

By 전재희

145km 연결 노선, 수익 저조·부채 급증... "국가 재정 부담 우려"
전문가 "중국의 '부채-자산 인수' 패턴, 또다시 반복될 가능성"

인도네시아 정부가 73억 달러 규모의 중국 지원 고속철도 '우시(Whoosh)' 프로젝트 부채 재조정을 놓고 중국 측과 협상에 돌입했다. 개통 2년 만에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며 수익성이 악화되고, 자카르타 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즈(FT)가 3일 보도했다. 

중국 대출로 75% 자금 조달... 운영 2년 만에 심각한 적자

FT에 따르면 '우시' 고속철도는 수도 자카르타와 제3의 도시 반둥(약 145km 거리)을 연결하는 노선으로, 중국 시진핑 주석과 조코 위도도 전 대통령 간 협력하에 추진됐다. 전체 사업비의 4분의 3은 중국 국책은행 대출로 충당됐다.

인도네시아 고속철 우시
(인도네시아 고속철 우시. Whoosh X )

그러나 상업 운행이 시작된 지 2년이 지난 지금, 인도네시아-중국 합작사 주주들은 부채 상환은 물론 이익 창출에도 실패했다. 인도네시아 투자장관 로산 루슬라니는 "채무불이행 등 잠재적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포괄적 부채 재조정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국부펀드 '다난타라', 중국과 협상 중

푸르바야 유디 사데와 재무장관은 "국가 재정을 투입해 프로젝트를 구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다만 인도네시아 국영기업을 관리하는 신설 국부펀드 '다난타라(Danan­tara)'는 중국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다난타라 최고운영책임자 도니 오스카리아는 "협상 대상은 대출 상환 기간, 금리, 통화 문제"라며 "올해 안에 합의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싼 요금·도심 외곽 역... 이용률 3분의 1 수준

자카르타-반둥 구간을 45분 만에 주파하는 고속철은 초기 기대와 달리 인기가 낮다. 역이 도심 외곽에 위치해 접근성이 떨어지고, 최소 운임이 25만 루피아(약 15달러)로 일반열차 요금의 5배에 달한다.
국회 보고에 따르면 이용객 수는 예측치의 3분의 1에 불과하며, 인도네시아 측 컨소시엄(지분 60%)은 2024년에 42억 루피아(약 2억5,300만 달러), 올해 상반기에만 16억 루피아의 손실을 냈다.

케레타 아피 인도네시아(KAI) 사장 보비 라시딘은 "이 프로젝트는 '시한폭탄'과 같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부채-자산 인수' 전형적 수법, 다시 등장할 수도"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이 중국의 전형적인 "부채-자산 인수(debt-for-equity takeover)" 시나리오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경제개발금융연구소(IDEF)의 에코 리스티얀토 부소장은 "스리랑카 함반토타항, 라오스 철도, 파키스탄 과다르항 등과 같은 전례에서 보듯, 중국은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입한 뒤 채무 불이행이 발생하면 지분을 인수하거나 운영권을 장악하는 전략을 반복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처음부터 수익성보다 지정학적 영향력 확보에 목적이 있었던 만큼, 이번에도 중국이 인도네시아의 채무 부담을 지렛대로 삼아 전략적 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멜버른대 맥켄지 연구원 트리시아 위자야 역시 "중국은 부채 구조조정을 통해 단기 유예 조치를 취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지분 확대를 추진할 여지가 크다"며 "이는 중국이 일대일로(BRI) 국가들에서 반복해온 '채무를 통한 영향력 확대'의 익숙한 패턴"이라고 분석했다.

"우리가 만든 함정"

인도네시아는 2015년 일본(금리 0.1%) 대신 중국(금리 2%)을 투자 파트너로 택했지만, 그 이유는 '국가 보증이 필요 없다'는 조건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업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위도도 정부는 결국 국영 컨소시엄에 국가 보증과 재정 지원을 허용했다.

에코 리스티얀토는 "이는 중국의 잘못이라기보다, 우리 스스로 만든 함정"이라며 "중국이 제공한 조건을 깊이 따지지 않은 채 정치적 성과를 서둘렀던 결과"라고 평가했다.

부채 유예 가능성... "중국도 손쉬운 선택은 아냐"

미국 윌리엄앤메리대 '에이드데이터(AidData)' 연구소의 브래드 팍스 소장은 "중국이 단기적으로 상환 유예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지만, 상환 시점과 조건을 두고 치열한 협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자야 연구원은 "중국 경제가 자체적으로 건설·부동산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프로젝트를 인수해 관리하는 것도 부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