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4 11:12 PM
By 전재희
34세 무슬림·민주사회주의자, 뉴욕 첫 남아시아계 시장으로... 민주당 내 '좌파 대 부류파' 갈등 폭발
뉴욕시가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폭스뉴스는 화요일 저녁, 뉴욕주 하원의원 조란 맘다니(34)가 뉴욕 시장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우간다 출신의 무슬림 이민 2세이자 스스로를 "민주사회주의자"라 밝힌 맘다니는 전 뉴욕주지사 앤드루 쿠오모를 꺾으며 민주당 내 세대와 이념의 균열을 선명히 드러냈다.
맘다니는 지난 6월 민주당 시장 예비선거에서 쿠오모를 꺾으며 '정치 지진'을 일으켰다. 대다수 정치 전문가들은 당시 쿠오모의 승리를 점쳤지만, 젊은 세대와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대거 결집이 결과를 바꿨다.
그는 이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 등 진보파 인사들과 손잡고, "뉴욕 시민이 실제로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며 주거비 동결, 버스 무료화, 시영 식료품점 설립, 무상 보육 등 '생활비 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직전까지 맘다니를 "공산주의자 미치광이(Communist Lunatic)"라고 비난하며 쿠오모 지지를 선언했다. 트럼프는 "맘다니가 당선되면 뉴욕시에 대한 연방 지원을 최소화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맘다니는 선거 전날 "뉴욕은 이민자의 도시이며, 이제 이민자가 이 도시를 이끈다"며 "우리를 향한 공격은 곧 뉴욕 전체를 향한 공격"이라고 응수했다.
그는 개표가 확정된 밤 브루클린 패러마운트 극장 무대에 올라 "뉴욕은 이민자가 세운 도시이자, 이민자가 움직이는 도시이며, 오늘부터 이민자가 이끄는 도시가 됐다"고 선언했다.
2021년 각종 성추문으로 주지사직에서 물러난 쿠오모는 독립후보로 출마해 맘다니와 재대결했으나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민주당은 이제 버니 샌더스, AOC 같은 급진좌파가 주도하고 있다"며 "예전엔 나를 진보라 불렀지만, 이제는 온건파라 한다. 그만큼 당이 왼쪽으로 기울었다"고 말했다.
맘다니는 인도계 무슬림으로, 뉴욕 최초의 남아시아계이자 무슬림 시장이 됐다. 그러나 그의 친팔레스타인 성향과 '가자전쟁은 집단학살'이라는 발언으로 유대계 유권자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2023년에는 척 슈머 상원의장 자택 앞에서 가자전쟁 반대 시위를 벌이다 체포되기도 했다. 유대계 지도자 650여 명은 "반유대주의 침묵을 깨야 한다"며 맘다니 비판 성명을 냈다.
맘다니는 이후 "유대인 뉴요커를 보호할 것"이라며 입장을 누그러뜨렸지만, 이스라엘을 '유대인 국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선거 막판까지 맘다니 지지 여부를 두고 분열했다.
하킴 제프리스 하원 소수당 원내대표는 투표 하루 전에서야 마지못한 듯 지지를 발표했고,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9월부터 그와 함께 유세에 나섰다.
하지만 호컬 주지사는 "법인세·부유세 인상은 없다"고 못 박아 맘다니의 핵심 공약인 '부유세 재원 조달'과 충돌했다. 유세 현장에서 맘다니 지지자들이 "Tax the rich!(부자에게 세금을!)"을 외치는 장면이 자주 포착됐다.
맘다니는 과거 NYPD를 "인종차별적이고 반(反)성소수자적인 조직"이라 비판한 전력이 있으며, "경찰을 이스라엘군(IDF)에 비유한 발언"으로 보수층의 반발을 샀다.
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그 발언으로 상처받은 경찰들에게 사과한다"며 관계 복원을 시도했다.
그러나 맘다니의 선거운동은 디지털 전략에서 압승을 거뒀다. 틱톡·인스타그램을 활용해 젊은 유권자와 소통했고, 유명 모델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와 코미디언 보웬 양 등 셀럽들이 등장하는 영상으로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는 "정치 성향이 다르더라도 모두 같은 위기를 겪고 있다"며 "이번 선거는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뉴욕에서 살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조란 맘다니는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의 첫 밀레니얼(1980~1990년대 출생) 시장으로 역사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당선은 뉴욕뿐 아니라 미국 민주당 전체의 진로를 좌우할 중대한 정치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쿠오모가 말한 대로 "당 내전(civil war)"이 현실이 됐고, 이제 민주당은 맘다니라는 이름 아래 한층 더 왼쪽으로 이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