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6 03:47 PM

테슬라 주주, 일론 머스크의 1조 달러 보상안 패키지 승인

By 전재희

투표 참여 주주의 75% 이상이 찬성표 던져

테슬라(Tesla) 주주들이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Elon Musk)**에게 최대 1조 달러(약 1,400조 원) 규모의 주식 보상을 제공하는 사상 최대 급여 패키지를 승인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 오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 패키지는 머스크가 정해진 성과 목표를 달성할 경우 테슬라 지분의 최대 25%를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테슬라 일론 머스크
(주주총회에 참석한 테슬라 일론 머스크 최고 경영자. 테슬라)

텍사스 오스틴 본사 무대 위에서 분홍색과 푸른 조명 아래 춤추는 휴머노이드 로봇들에 둘러싸인 머스크는 "우리가 시작하려는 것은 테슬라의 새로운 장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책의 시작"이라며 "그러니까 여러분, 테슬라 주식을 꼭 붙잡고 있으세요"라고 말했다.

주주 찬반 논란 속 '머스크 신뢰 투표'로 간주

이번 안건은 찬반이 첨예하게 갈린 가운데, 머스크의 리더십과 향후 비전-특히 테슬라의 사업 중심을 전기차에서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로 옮기려는 방향성-에 대한 일종의 **'신임 투표'**로 해석됐다.

머스크는 만약 이번 제안이 부결될 경우 테슬라를 떠날 수도 있다고 소셜미디어에서 경고한 바 있다. 현재 그는 약 15%의 테슬라 지분을 보유한 최대 주주다.

그는 또한 자신이 개발 중인 **"로봇 군단(robot army)"**이 잘못된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충분한 소유권을 원한다고 밝혔지만, "만약 내가 미쳐버린다면 해고될 수 있을 만큼은 남겨두고 싶다"고도 했다.

AI 회사 xAI에 대한 투자 제안도 일부 통과

테슬라 법무총괄 브랜던 에르하르트(Brandon Ehrhart)는 머스크의 AI 회사 xAI에 대한 투자 승인 안건의 경우 찬성표가 반대표를 앞섰지만, 많은 기권표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이후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다.

머스크는 최근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xAI와 자사 챗봇 '그록(Grok)'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성과 기반'으로 설계된 1조 달러 규모의 12단계 보상안

이번 급여 패키지는 12단계(트랜치)로 구성되었으며, 머스크가 정해진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테슬라의 현재 발행주식의 약 1%에 해당하는 주식 보상을 받게 된다.

첫 번째 트랜치를 얻으려면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현재 약 1조5천억 달러에서 2조 달러로 상승해야 하며, 동시에 연간 1,150만 대의 차량 판매와 같은 운영 목표도 달성해야 한다.

더 도전적인 목표에는 ▲고객에게 100만 대의 로봇 판매, ▲4000억 달러의 조정 EBITDA(세전이익) 달성 등이 포함되어 있다. 참고로 지난해 테슬라의 조정 EBITDA는 160억 달러 수준이었다.

머스크가 각 단계를 달성하면 해당 주식을 의결권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7.5년 혹은 10년 후에야 매도 가능하다.

테슬라의 장기 목표

머스크의 새 보상안이 모두 달성될 경우, 테슬라는 향후 10년 내에 시가총액을 **8조5천억 달러(약 12,000조 원)**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에 포함된 구체적 기준은 다음과 같다:

  • 시가총액 2조 달러 달성
  • 연간 2천만 대 차량 인도
  • 완전 자율주행(FSD) 1천만 구독자 확보
  • 100만 대 로보택시 운영
  • 100만 대 휴머노이드 로봇 판매

테슬라 이사회는 이를 **"성과 기반 보상(pay for performance)"**이라 설명하며, 머스크가 자율주행차·로보택시·로봇 등 신사업으로 회사를 혁신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테슬라 의장 로빈 덴홀름(Robyn Denholm)은 "그와 함께 일한 지난 11년 동안, 머스크를 움직이는 동기는 오직 '다른 사람들이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내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아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뉴욕시 연금, 노르웨이 중앙은행투자관리공사(Norges Bank Investment Management)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은 이번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이번 보상안을 "천문학적으로 크고 설계상 결함이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면 찰스슈왑(Charles Schwab)은 "이번 제안은 경영진과 주주의 이해를 일치시키는 방안"이라며 찬성표를 던졌다.

전문가들 "달에 닿는 목표(moonshot)식 보상, 양날의 검"

이처럼 야심 찬 목표에 연동된 초대형 스톡옵션은 종종 "문샷 보상(moonshot pay package)"이라 불리며, 지지자들은 이를 탁월한 성과를 위한 강력한 동기 부여 수단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목표가 너무 쉽다면 과도한 보상이 되고, 너무 어렵다면 경영진의 의욕을 꺾는다"고 지적한다.

2018년 보상안은 여전히 법정 공방 중

머스크의 2018년 급여 패키지는 이번 2025년 안건 이전까지 역대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델라웨어주 대법원에서 그 정당성을 두고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2024년 1월 델라웨어 법원은 "테슬라 이사회가 머스크에 지나치게 종속되어 있었고, 승인 과정의 투명성이 결여됐다"고 판결하며 2018년 패키지 무효 판결을 내렸다. 테슬라는 현재 이 결정을 상소한 상태다.

머스크는 이날 "테슬라의 다음 단계는 자동차 회사를 넘어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을 결합한 진정한 미래 산업의 시작"이라며 "이 여정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