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2 06:47 AM

연준, 12월 금리 인하를 두고 내부 갈등 심화

By 전재희

10월 회의서 매파와 비둘기파 격돌... 경기둔화 vs 인플레 우려, 의견차 여전

요점

  • 연준 내부에서 금리 인하 여부를 두고 분열 심화

  • 인플레이션 지속 우려 vs 고용시장 둔화 우려가 충돌

  • 12월 회의에서의 추가 인하 여부는 '50대50' 전망

  •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및 이민정책이 '미니 스태그플레이션' 불러

미 연방준비제도(Fed) 내부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파월 의장 취임 8년 만에 유례없는 분열이 나타나며, 지속되는 인플레이션과 둔화된 고용시장 중 어느 쪽이 더 큰 위험인지를 두고 관점이 엇갈리고 있다.

파월 연준의장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자료화면)

9월 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을 당시만 해도, 19명 중 10명이 10월과 12월 추가 인하를 예상하며 완화적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10월 추가 인하(현 3.75~4%) 이후 매파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12월 결정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됐다.

"12월 금리 인하는 '기정사실이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
- 제롬 파월 연준 의장, 10월 기자회견 발언

파월이 이례적으로 단호하게 선을 그은 이유는, 내부 의견 차이를 관리하기 위한 것이었다. 정부 셧다운으로 공식 고용·물가 지표가 중단된 상황에서, 각 인사가 사설 자료나 경험적 근거에 의존하며 기존 입장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데이터 공백' 속 매파·비둘기파 갈등 격화

비둘기파는 고용 둔화를 우려하며 추가 인하를 주장했으나, 이를 뒷받침할 새로운 데이터가 부족했다. 반면 매파는 소비 지출이 여전히 견조하고, 기업들이 관세 인상분을 가격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근거로 "잠시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12월 9~10일 회의에서 금리를 또 내릴지는 불투명하다. 일부 위원들은 12월과 1월 회의를 사실상 같은 맥락의 판단 시점으로 보고 있으며, 12월에 인하하더라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신호를 줄 가능성도 거론된다.

'스태그플레이션' 조짐... 트럼프 정책 여파

경제의 특이한 상태가 논쟁의 근원이다. 물가상승 압력은 높지만 고용 성장은 정체된 상태, 즉 '스태그플레이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KPMG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다이앤 스웽크(Diane Swonk)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이민정책 변화가 이같은 결과를 낳았다"며 "예상은 쉬웠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훨씬 더 복잡하다"고 말했다.

셧다운 직전 발표된 마지막 공식 데이터(8월 기준)에 따르면, 핵심 물가지표는 **2.9%**로 연준 목표(2%)를 상회했다. 봄의 2.6%에서 오른 수치지만, 트럼프의 관세 인상 직후 예측치보다는 낮았다.

세 가지 핵심 쟁점

  1. 관세발 물가상승이 일시적일까?

    • 매파: 기업이 내년 추가 전가에 나서면 인플레 지속

    • 비둘기파: 소비 수요가 약해 가격 인상 여력 제한

  2. 고용 둔화의 원인

    • 수요 약화 때문이면 금리 유지 시 경기침체 우려

    • 공급(이민 감소) 때문이면 인하 시 과열 위험

  3. 현 금리 수준의 실효성

    • 매파: 이미 '중립금리' 근처, 추가 인하는 위험

    • 비둘기파: 여전히 긴축적, 완화 여지 충분

"사람마다 위험을 감수하는 수준이 다르다. 그래서 관점이 엇갈린다."
- 제롬 파월 의장


파월의 '균형잡기' 리더십

파월은 8월 와이오밍 잭슨홀 연설에서 **"관세 효과는 일시적이며, 노동시장 약화는 수요 둔화 탓"**이라고 언급하며 비둘기파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10월 회의에서는 매파가 재결집했다.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 제프 슈미드(Jeff Schmid)는 인하 결정에 반대했고, 투표권이 없는 클리블랜드의 베스 해맥(Beth Hammack)과 댈러스의 로리 로건(Lorie Logan)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결국 파월은 기자회견에서 "12월 인하는 확정이 아니다"라고 직접 언급하며 갈등을 중재했다.

그는 과거 2019년 회의에서도 "기자회견이 아닌 성명서에서 시장 기대를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에도 매파와 비둘기파 모두의 입장을 일정 부분 반영하는 발언으로 내부 균형을 유지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매파 강경화 vs 비둘기파 침묵

매파의 기류는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시카고 연은의 오스턴 굴즈비(Austan Goolsbee)는 "3년째 이어지는 인상은 '일시적(transitory)'이라 부를 수 없다"고 지적했다.

9월 물가수치는 주거비 둔화로 전체는 완만했지만, 식품·에너지 제외 근원물가가 연율 3.6%로 급등, 매파들의 우려를 키웠다.

반면 비둘기파들은 조용히 반격을 준비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세 명-스티븐 미란(Stephen Miran), 미셸 보우먼(Michelle Bowman), 크리스토퍼 월러(Christopher Waller)-은 모두 인하에 우호적이며, 내년 차기 의장 후보군으로 꼽힌다.

샌프란시스코 연은의 메리 데일리(Mary Daly)는 최근 에세이에서 "임금 둔화는 노동 수요 감소 때문이며, 이 상황에서 긴축을 지속하면 1990년대와 같은 생산성 호황을 놓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녀는 "인플레 억제에만 몰두하다가 일자리와 성장을 함께 잃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