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7 08:46 AM
By 전재희
홍콩의 대형 주거단지 '왕푹(旺福) 코트'에서 발생한 초대형 화재가 24시간 넘게 이어지며 사망자 수가 최소 75명에 달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7일 보도했다.
실종자 역시 약 3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수백 명이 집에 고립된 채 구조를 기다리는 비상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홍콩 당국은 화재와 관련해 현장에서 작업하던 건설회사 직원 3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화재는 26일 오후 2시 51분(현지시간) 왕청하우스(Wang Cheong House)에서 최초로 발생했다. 당시 단지는 2024년 7월부터 대규모 보수공사를 진행 중이었으며, 모든 외벽은 **대나무 비계(bamboo scaffolding)**와 녹색 방진망(green construction mesh)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불은 순식간에 옆 동인 왕타이하우스(Wang Tai House), **왕싱하우스(Wang Shing House)**로 번졌고, 이후 **왕얀하우스(Wang Yan House)**까지 확산됐다. 화재 발생 4시간이 지난 오후 7시 30분쯤에는 단지 내 모든 블록이 불길에 휩싸이는 최악의 상황이 됐다.
소방대원들은 24시간 넘게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여전히 일부 건물 내부는 고열과 연기로 접근이 어려운 상태다.
화재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이번 참사가 홍콩 건축 공사에 널리 쓰이는 가연성 자재의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콩 경찰청 청급감 독일린 정(Eileen Chung)은 "현장에서 조사한 결과, 각 층 엘리베이터 로비의 창문이 발화성 흰색 폼보드(foam boards)로 막혀 있는 것이 확인됐다"며 "이 자재가 불길 확산을 극도로 빠르게 만들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장 사진에는 녹색 방진망이 녹아내린 흔적, 창문을 막고 있던 폼보드가 불에 타거나 녹아내린 모습 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문가들은 "대나무 비계 + 플라스틱 방진망 + 폼보드 封窓 조합이 사실상 '굴뚝 효과'를 만들어 불길이 위층으로 급상승했다"고 분석했다.
REUTERS 사진에 따르면, 구조대원들은 붕괴 위험이 있는 건물 내부로 진입해 생존자 수색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대피센터에는 수백 명의 주민이 모여 밤새 대기했으며, 어둡고 비좁은 임시 공간에서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애타게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참사의 규모가 알려지자 국제사회에서도 애도 메시지가 잇따랐다. 교황 레오 14세(Pope Leo XIV)**는 교황청 명의의 전문(telegraph)을 보내 "이번 참사는 홍콩 시민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으며 피해자들과 영적으로 연대한다" 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조전을 보내 "이번 비극으로 목숨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고 TASS 통신이 보도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목격자 영상에는 불길이 수 초 만에 건물 외벽을 타고 치솟는 장면이 담겨 충격을 주고 있다.
로이터는 영상 속 다리·수목·건물 구조물이 衛星사진 및 현장 사진과 일치함을 확인해 왕푹 코트 단지 영상이 맞다고 검증했다.
또한 화재 전 촬영된 건물 영상에서도 대나무 비계와 녹색 방진망이 촘촘히 둘러져 있는 모습이 확인된다.
홍콩 AIA는 화재 피해 주민을 위해 **2,000만 홍콩달러(약 26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왕푹 코트 복합단지는 2,000세대, 약 4,600명 이상이 거주하는 조밀한 초고층 주거지로, 평소에도 밀집도가 매우 높은 지역이다.
그만큼 화재 시 대피가 어려운 구조여서, 이번 참사가 대형 피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경찰은 현장 공사 업체 직원 3명을 체포했으며, 과실치사(manslaughter)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폼보드, 비계 설치 방식, 안전 대책 미비 여부 등을 포함한 본격적인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이번 화재는 최근 수십 년 사이 홍콩에서 발생한 최악의 화재 사고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불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으며 실종자 수색은 당분간 계속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