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2 08:01 AM

미 상업용 부동산, '너무 싸져서 외면할 수 없는 수준'... 투자자들 다시 관심

By 전재희

저조한 수익률에도... 인공지능 버블 대비 '피난처' 역할 가능성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상업용 부동산 투자를 꺼려왔다. 엔비디아가 70%에 달하는 연간 수익률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굳이 7%의 수익을 위해 부동산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상업용 부동산은 현재 미국 자산 중 드물게 '합리적 가격대'에 있는 분야로 평가되며, 인공지능(AI) 관련 자산 가격이 과열될 경우 투자자들에게 '피난처(safe haven)'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 전통적 기관투자자들 여전히 소극적... 금리 인하에도 매수 재개 더딘 모습

WSJ에 따르면, 연금·보험사 등 기관투자자들은 전통적으로 포트폴리오의 10% 이상을 부동산에 배정해왔다. 인플레이션 방어, 안정적인 현금흐름, 주식시장과의 낮은 상관관계가 그 이유였다.

하지만 2024년 9월 이후 연준이 다섯 차례 금리를 인하했음에도, 이들은 여전히 대규모 신규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다. 2025년 12월 추가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분위기 변화는 크지 않다.

MSCI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들어 대형 투자자들이 매도보다 매수가 46억 달러 많아지며 3년 만에 순매수로 전환되긴 했지만 거래량은 역사적 평균 대비 매우 낮다.

■ 부동산 수익률, 주식·인프라·원자재에 크게 뒤처져

미국 부동산 수익률은 특히 아파트·오피스 부문에서 부진했다.

2019년 3분기 이후 민간 부동산 펀드의 누적 수익률은 **20%**에 불과한 반면, 같은 기간 S&P 500은 150% 상승했다.

뉴욕 도심
(뉴욕 맨해튼의 빌딩들. 자료화면)

인프라와 원자재도 올해 더 나은 성과를 보여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2025년 들어 부동산 목표 비중을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충격과 예상 밖의 고물가, 그리고 급격한 금리 상승은 부동산 가치 하락을 촉발했다. 여기에 노후 자산을 임차인에게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예상보다 큰 리노베이션 비용도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았다.

그린스트리트(Green Street)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치는 2022년 정점 대비 평균 17% 하락했으며, 오피스: 36% 하락, 아파트: 19% 하락으로 특히 큰 하락폭을 보였다.

■ 투자자들, 보유 부동산 가치 하락에 추가 매수 의욕 꺾여

이 같은 가치 하락으로 인해 기관투자자들은 이미 보유 중인 부동산에서도 손실을 기록하고 있어 추가 매수에 소극적이다.

또한 부동산 외에도 인프라, 데이터센터, 프라이빗 크레딧 등 다양한 대체투자처가 등장하며 자본 경쟁이 심화됐다. 현재는 건물을 직접 소유하는 것보다 부동산 담보 대출로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10% 이상 떨어진 시기는 역사적으로 매우 드물다. 이전 사례는 1990년대 초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뿐이다.

CBRE 캐피털마켓 공동대표 제임스 밀론은 "지금의 상업용 부동산은 다른 자산 대비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린스트리트는 부동산이 기업채보다 더 높은 수익을 제공해야 한다는 역사적 '스프레드'를 기준으로 판단할 때, 현재 사모 부동산은 '적정 가치'에 근접해 있다고 분석했다.

공모시장에서도 부동산 관련 주식은 20년 만에 가장 저렴한 수준이다.

■ '저가 매수' 움직임 이미 시작... 오피스 빌딩 최대 50% 할인 거래

일부 기회를 노리는 투자자들은 이미 매수에 나섰다. RXR 은 기관투자자들로부터 맨해튼 오피스를 30~50% 할인된 가격에 매입했고, 블랙스톤은 샌프란시스코 오피스 매입했다.

많은 기관투자자는 고급 오피스라도 다시 임대하려면 큰 리노베이션 비용이 들어가기를 원치 않는다. RXR CEO 스콧 레클러는 "기관투자자들은 해당 자산이 포트폴리오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고 느끼고 있으며 더는 다루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고금리 시대, 이전의 부동산 투자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넘게 낮은 금리가 자산 가치를 끌어올리고 저렴한 부채가 투자 수익률을 크게 확대한 시대는 끝났다.

앞으로는 부동산이 창출하는 실제 임대수익의 중요성이 훨씬 커질 전망이다.

현재 가장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분야는 의외로 시니어 하우징, 리테일(소매), 고급 오피스 등 상대적으로 '비인기' 부문이다.

또한 건설 비용은 2020년 이후 40% 이상 급등해 신규 개발이 크게 줄었다. 이는 기존 자산 보유자에게 긍정적이다. 특히 10년 넘게 신규 공급이 거의 없었던 리테일 부문은 공급 부족으로 인해 임대료 인상 여력이 크다.

이론적으로 건설비가 40% 증가하면 새 건물이 수익성이 있으려면 임대료도 40% 올라야 한다. 이는 당분간 기존 건물의 임대료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임을 의미한다.

■ AI 열풍이 꺾이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

1997~2000년 닷컴 버블 당시에도 투자자들은 기술주에 관심을 빼앗겨 부동산은 환영받지 못했다. 그린스트리트의 세드릭 라샹스는 "닷컴 버블 시기, 투자자들이 가장 원치 않은 것은 '느리고 안정적인 수익'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I 투자 열기가 식거나 거품이 꺼질 경우, 현재 외면받고 있는 부동산이 오히려 안전자산으로 재조명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