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5 08:28 AM
By 전재희
넷플릭스(Netflix)가 워너브라더스(워너 디스커버리의 스튜디오 및 HBO Max 사업부)를 **720억 달러(약 97조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하면서 글로벌 미디어·스트리밍 산업이 대변화를 맞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워너 디스커버리가 스튜디오·HBO Max 스트리밍 부문과 케이블 네트워크 사업을 분리한 뒤 이뤄지는 것으로, 넷플릭스가 추진한 역대 최대 규모 인수이자 올해 발표된 거래 중 가장 큰 딜 중 하나다.
양사는 최근 독점 협상에 돌입한 뒤 이번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워너는 '슈퍼맨', '해리 포터', '프렌즈' 등 굵직한 IP를 다수 보유한 할리우드 대표 스튜디오다.
넷플릭스 공동 CEO 테드 새랜도스는 투자자 콜에서 "우리는 보통 직접 구축하는 회사였지만, 이번 인수는 놓칠 수 없는 드문 기회"라며 "미래 수년간 넷플릭스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넷플릭스는 이번 인수를 통해 방대한 워너의 영화·TV 콘텐츠와 HBO·HBO Max 콘텐트를 확보하게 되며, 미국 내 제작 역량도 크게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HBO 및 HBO Max 브랜드를 보존하며 독립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동 CEO 그렉 피터스는 "HBO는 강력한 브랜드"라며 다양한 패키징 옵션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넷플릭스의 기존 전략과 달리 워너의 극장 개봉 영화 사업은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넷플릭스는 기존에 대부분 영화를 스트리밍 직행 방식으로 배급해 왔다.
이번 인수 경쟁에는 파라마운트와 컴캐스트도 참여했다.
파라마운트는 케이블 네트워크를 포함한 워너 전체를 300억 달러 현금으로 제안했지만, 워너 측은 넷플릭스와의 협상을 최종 선택했다.
파라마운트는 이 과정이 "특정 인수자를 우선시한 편향된 절차"였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한 파라마운트는 넷플릭스 인수가 반독점 규제에 걸려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 역시 이번 딜의 시장 지배력 확장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관 업계는 넷플릭스-워너 결합이 앞으로의 배급 전략 변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극장협회(Michael O'Leary 대표)는 "글로벌 극장 산업에 전례 없는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워너 TV 스튜디오가 현재 경쟁 스트리밍 플랫폼 및 방송사에 콘텐츠를 공급한다는 점에서, 향후 넷플릭스 내부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사는 이번 거래가 12~18개월 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인수는 이미 스트리밍 포화 상태에 달한 글로벌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한 대형 연합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워너 디스커버리 CEO 데이비드 자슬라브는 "이번 결합은 앞으로도 전 세계가 사랑할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주가는 발표 후 프리마켓에서 2.4% 하락했으며, 워너 디스커버리는 보합세, 파라마운트는 2.8%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번 초대형 인수로 넷플릭스는 다시 한 번 글로벌 미디어 시장의 질서를 뒤흔들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