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6 09:40 AM
By 전재희
베이징의 '이웃을 적자로 만드는(Beggar-thy-neighbor)' 경제 모델... 세계는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최근 성장 방식은 더 이상 세계와 함께 성장하는 구조가 아니라, 세계의 몫을 갉아먹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표면적으로 중국은 자유무역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수출을 극대화하고 수입을 억제하며 세계 제조업 시장에서 경쟁국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 때문에 각국은 불만을 갖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중국의 영향력 때문에 뚜렷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중국의 수입 감소와 수출 증가의 극명한 대비다. 미국은 관세 부과라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올해 수출이 10%나 늘었다. 반면 중국은 자유무역을 외치면서도 수입은 3% 감소했고, 지난 5년간 수입은 거의 늘지 않은 반면 수출 물량은 빠르게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세계 제조업 시장에서 점점 더 많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분석한 골드만삭스는 중요한 결론을 내놓았다. 과거에는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 세계 경제도 이익을 얻었다. 중국이 성장할 때마다 세계 각국의 수출이 늘고, 글로벌 수요도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의 성장이 세계 경제에 오히려 마이너스 충격을 주는 구조로 바뀌었다. 중국이 성장할수록 수입을 늘리는 대신 해외 시장을 잠식하며 수출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중국의 고속 성장이 매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0.1%포인트씩 끌어내릴 것으로 내다본다.
이러한 구조 변화는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중국 경제 모델의 본질적 변화를 반영한다. 과거 미국·일본·독일은 경제가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수입이 늘어 파트너 국가들이 함께 성장했다. 하지만 중국은 처음부터 균형 잡힌 무역이나 비교우위 원리를 선호하지 않았다. 서방으로부터 기술을 받아들이는 동안에도 중국의 목표는 늘 한 가지였다. 핵심 산업의 자급자족과 제조업의 절대적 지배력 확보.
2020년 시진핑 주석이 내놓은 '쌍순환' 전략은 이러한 철학을 더욱 분명히 했다. 중국은 세계가 중국에 의존하는 산업 구조를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은 세계 시장에 의존하지 않는 체제를 구축하려 한다. 고급 제조업을 강화하는 와중에도 의류, 장난감 같은 저가 제조업을 개발도상국으로 넘기는 대신 계속 자국 내에서 유지하겠다는 방침까지 세웠다. 그 결과 중국은 산업의 상·하위 전부를 장악하는 독특한 형태의 제조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전략은 과거의 한국, 일본, 서독의 수출 중심 모델과도 결정적으로 다르다. 이들 국가는 경제가 성숙하면 자연스럽게 저가 제조업을 다른 국가에 넘기며 글로벌 공급망을 조정했다. 하지만 중국은 산업 전반의 지배력 자체를 국가 권력의 원천으로 인식하고 있어, 산업을 해외로 이전하는 모델을 따르지 않는다.
중국의 경제 규모가 작았던 시기에는 이러한 성향이 글로벌 경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세계 GDP의 17%를 차지하고, 앞으로 2029년이면 전 세계 GDP의 1%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세계 어느 나라가 기록한 것보다 큰 규모다.
이러한 압력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분야가 자동차 산업이다. 2020년까지만 해도 중국 내 자동차 시장의 60%는 외국 브랜드가 점유했고 이들은 종종 중국 합작공장에서 생산했다. 당시 외국 브랜드들은 중국에서 만든 차량을 해외로 수출해 자국 시장을 잠식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약속하곤 했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외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40% 이하로 떨어졌고, 중국 내 합작공장은 남아도는 내연기관차 생산능력을 활용하기 위해 수출을 시작했다. 그 결과 멕시코에서 판매되는 쉐보레 모델 중 대부분이 중국산으로 대체되었다.
문제는 많은 국가가 중국의 이러한 공세에 불만을 품고 있지만 대응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중국은 거대한 제조 기반을 바탕으로 물품뿐 아니라 정치·경제적 영향력까지 행사한다. 네덜란드가 중국 자본이 소유한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를 안보 문제로 회수하려 하자, 중국은 그 회사의 중국 공장에서 칩 수출을 금지해 네덜란드의 주요 자동차 제조사를 마비시켰다. 결국 네덜란드는 압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조차도 중국이 전략 광물에 대한 수출 제한을 적용하자 협상이 불가피했다.
사실상 중국의 영향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은 미국과 유럽, 캐나다, 멕시코 등 주요 국가들이 공조해 중국을 향한 공동 장벽을 세우고, 서로 간의 무역 장벽은 낮추는 방식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정책 기조는 이런 다자 연대보다는 양자 협상 중심이어서, 공동 대응이 쉽지 않아 보인다. 캐나다는 최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미국과 동일한 100% 관세를 부과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캐나다산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도 캐나다 농업에 보복해 캐나다는 이중 압박 속에서 중국에 대한 관세 철회를 검토하는 상황이다.
세계 각국이 중국의 공세에 시달리면서도 적절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는 사이, 중국의 제조업 기반은 더 강력해지고 있다. 중국의 성장은 여전히 중국 국민에게는 이익이지만, 이제는 세계 전체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가 아니라 세계의 성장 여력을 잠식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은 분명 다자 협력에 있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와 갈등 때문에 해결의 실마리는 점점 멀어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