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6 10:57 AM
By 전재희
미국에서 가장 큰 소말리아 이민자 집단이 자리한 미네소타. 이슬람 신앙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이 공동체는 오랫동안 문화적 다양성의 상징이었지만, 최근 몇 년간 각종 사기 사건과 동화(同化) 논쟁,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센 비난 속에서 다시 한 번 전국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고 폭스뉴스(FOX)가 6일 보도했다.
특히 이번 주, 트럼프 대통령이 소말리아계 미네소타 주민들을 향해 "수십억 달러의 복지 사기를 저질렀다",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는다", "그들의 나라가 망한 데는 이유가 있다"고 직설적으로 비난하면서 지역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트럼프는 이민 사기, 가족 초청 비자 남용, 그리고 하원의원 일한 오마르의 '형제와 결혼했다'는 오래된 소문까지 다시 꺼내 들며 공세를 이어갔다.
FOX에 따르면, 미네소타 소말리아 이민자들은 오랫동안 범죄, 갱단 활동, 일부 젊은 층의 해외 극단주의 단체 가담 문제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팬데믹 시기에 벌어진 미국 최대 규모의 코로나19 지원금 사기 사건에 소수의 소말리아인이 연루되면서 비판이 다시 고조됐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은 "소수의 범죄자가 전체 커뮤니티에 먹칠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강하게 반발한다. 대부분의 소말리아계는 성실히 일하며, 미네소타 사회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것이다.
소말리아 내전 이후 1990년대부터 시작된 난민 수용과 가족 초청 프로그램으로, 현재 미네소타의 소말리아 인구는 8만~10만 명으로 추산되며, 실제로는 16만 명에 가깝다는 주장도 있다. 이들은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지역 사회에 음식점, 간호·트럭 운송업, 공장, 쇼핑몰 운영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여해 왔다.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의 세다-리버사이드(Cedar-Riverside) 지역은 미국에서 가장 큰 소말리아 커뮤니티가 모여 사는 곳이다. '리틀 모가디슈'라는 별칭처럼, 이곳의 풍경은 과거의 스칸디나비아계·유럽계 이민자 중심지였던 시절과 완전히 달라졌다.
온갖 언어로 쓰인 간판이 뒤섞인 거리는 한산하고, 문을 닫은 오래된 술집과 상점들이 줄지어 있다. 세다 아베뉴 곳곳에는 '곧 개점 예정'이라는 아랍어 안내문이 붙어 있으며, 1970년대에 지어진 리버사이드 플라자의 낡은 콘크리트 건물은 이 지역의 경제적 어려움을 상징한다.
한편, 이슬람 사원에서는 하루 다섯 번 울려 퍼지는 아잔(기도 호출)이 거리 전체에 메아리치며, 남성들은 쿠피스를 쓰고, 여성들은 히잡과 아바야로 몸을 감싼 채 일상을 이어간다. 예전엔 음악과 바(Bar) 문화가 활발했던 동네는 금주율이 높은 무슬림 인구가 늘면서 옛 활력을 잃었다. 실제로 유명한 라이브 음악 바였던 팔머스("Palmer's Bar")와 노매드 월드 펍(Nomad World Pub)은 모스크 측이 매입해 문을 닫았다.
CAIR-Minnesota의 제일라니 후세인(Jaylani Hussein) 대표는 "종교는 이곳에서 삶의 중심이며, 동시에 미국 사회와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말리아계 주민들이 간호·트럭 운송·IT·외식 등에 기여하고 있지만, 긍정적인 이야기는 보도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소말리아계의 빈곤율은 2019~2023년 기준 36%로 주 평균의 세 배가 넘는다. 많은 이들이 하루 두 직업을 전전하면서도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지역 주민 아브디 파타 하산은 "이곳은 가족 같고, 새로운 나라에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공동체"라고 말하며 "몇몇 나쁜 사람 때문에 전체가 평가절하되어선 안 된다"고 항변했다.
세다-리버사이드에서는 여전히 마약 중독자들이 길가에 쓰러져 있거나, 감옥에서 갱단 연루로 처벌받았던 젊은이들이 재기를 꿈꾸며 돌아오기도 한다. 일부는 누명을 벗고 새 삶을 시작하려 한다고 말한다.
저녁 시간이 되면 오렌지색 안전조끼를 입은 소말리아 자원봉사자들이 광장에 나와, 과다복용자나 병든 노숙자들을 돕는다 - 공동체 내부의 자생적인 치안·의료 지원 시스템이다.
반면, 지역 정치 역시 활발하다. 소말리아계 정치인인 오마르 파테(Omar Fateh) 후보와 자말 오스마(Jamal Osma) 시의원의 선거 간판이 사원 주변에 즐비하다. 연방 하원의원 일한 오마르는 여전히 지역 사회의 중심 인물이다.
일부 미국인 방문객들은 "도시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다른 나라에 온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위스콘신에서 방문한 한 젊은 남성은 "거칠지만 흥미로운 동네"라며 동아프리카 음식점에서의 식사를 칭찬했다.
한편, 젊은 소말리아인들은 방문객에게 'bro'라고 친근하게 인사하며 미국 사회에 더 동화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한다. 어떤 이는 자신이 만든 랩 뮤직이 유튜브에서 수백만 뷰를 기록한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반면,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경계심이 높았다.
이곳은 내전 난민들이 새로운 삶을 찾은 공간이자, 오랫동안 노력해온 정착의 역사이며, 미국 내 이슬람·아프리카 이민자 사회의 중요한 축이다.
그러나 최근 팬데믹 사기 사건, 정치적 공격,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직설적 비난이 더해지며 소말리아계 주민 전체는 깊은 상처를 입었다. 대다수 주민이 성실히 일하며 미국 사회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일부 범죄와 부정적 사건이 모든 노력을 뒤덮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우려다.
'리틀 모가디슈'는 지금도 변화를 겪고 있다. 낡아가는 건물과 빈곤의 그림자 사이에서도, 종교·문화·공동체를 중심으로 서로를 지탱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여전히 이 지역의 핵심이자 희망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