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8 07:39 AM
By 전재희
중국의 올해 상품 무역흑자가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어섰다. 고부가 전기차에서 저가 의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산업에서 '세계의 공장' 지위를 강화한 결과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 해관총서는 월요일, 올해 1~11월 기준 중국의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한 3.4조 달러, 수입은 0.6% 감소한 2.3조 달러로 무역흑자가 1조800억 달러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기록적인 흑자는 1970년대 후반 농업 중심의 가난한 국가였던 중국이 세계 2위 경제로 도약한 산업정책의 누적 성과다.
1980~90년대 저가 제품 생산기지로 성장한 중국은 이후 기술·운송·의료·소비재 등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필수 불가결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최근에는 태양광·전기차(EV)·생활용 반도체 등 첨단 제조 분야에서도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의 무역흑자는 이미 무역 파트너국과의 최대 갈등 요인이 되어 왔다. 지난해에도 사상 최고치였던 9,930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올해 1조 달러를 넘어서면서 불균형이 더욱 선명해졌다는 평가다.
EU상공회의소 옌스 에스켈룬드 회장은 "이 정도 규모라면 미국이나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그 격차를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올해도 중국의 수출은 미국 관세강화에도 오히려 증가세를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중국 제품에 관세를 100% 이상으로 인상했으며, 이후 일부 조정했지만 평균 관세는 여전히 37%에 이른다.
그러나 중국은 수출선을 재조정하며 아프리카向 수출이 +26%, 동남아 수출이 +14%, 중남미 수출이 +7.1% 증가했다.
반면 미국向 수출은 11월 기준 29% 급감했다.
이는 미국의 관세 부담을 피해 유럽·동남아·신흥국으로 수출량을 재배치하는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러 국가가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수출 주도력이 쉽게 약화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의 글로벌 상품 수출 점유율이 현재 약 15%에서 2030년 16.5%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 배경으로는 중국의 '수요 변화 예측 능력'과 '대규모 생산능력 확충 의지'를 꼽았다.
중국의 제조·수출 경쟁력 강화는 유럽의 핵심 산업까지 위협하는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 직후 "중국이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유럽은 미국처럼 관세 부과 등 강력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마크롱은 "중국은 유럽의 산업·혁신 모델의 심장을 강타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최근 위안화 가치가 유로 대비 10% 하락한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EU상공회의소는 최근 중국을 겨냥한 무역조치가 미국 및 서방국가,동남아 국가들,중남미 국가들,중동 일부 국가들까지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무역 방어 조치는 줄어들기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스켈룬드 회장은 실제 무역 불균형은 1조 달러보다 훨씬 크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가치 기준으로는 세계 수출의 15%를 차지하지만, 물량 기준으로는 37%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그는 "유럽에서 중국으로 가는 컨테이너 1개당 중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컨테이너는 4개"라며 "전 세계적으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머지않아 어디선가 균형이 한꺼번에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