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1 07:17 AM

미군, 베네수엘라발 유조선 납포, 트럼프"원유,우리가 가질 것"

By 전재희

미국이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서 제재 대상 유조선을 나포했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밝혔다. 최근 미국이 카리브해 일대에서 군사력을 대폭 강화한 가운데 단행된 첫 유조선 나포로, 국제유가는 즉각 상승했고 미·베네수엘라 간 긴장은 한층 고조됐다고 로이토 통신이 10일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해안에서 매우 큰 유조선을 나포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언급하며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나포된 원유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우리가 가지는 것 같다"고 답해 베네수엘라 정부의 격한 반발을 불러왔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의 조치를 "명백한 절도이자 국제적 해적 행위"라고 규정하며 국제기구에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2019년 제재 이후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미국에 의해 실제로 나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조선 나포
(기밀해제된 유조선 나포 영상자료. 로이터 영상 캡쳐)

미 당국도 작전에 적극 참여했다. 팸 본디 법무장관은 FBI·국토안보부·해안경비대·미군이 함께 나섰다고 발표하며, 이란·베네수엘라산 제재 원유를 운송한 혐의가 있는 유조선에 대해 "적법한 영장에 따른 집행"이었다고 강조했다. 그가 공개한 45초 영상에는 헬리콥터 두 대가 유조선에 접근하고, 무장 요원들이 로프를 타고 하강해 장악하는 전 과정이 담겼다.

이란 역시 강하게 반발했다. 카라카스 주재 이란 대사관은 이를 "국제법과 규범을 중대하게 위반한 행위"라고 규정했다. 미 정부는 나포 당시 선박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만 영국 해상 리스크 관리업체에 따르면 해당 선박은 초대형 유조선(VLCC) '스키퍼(Skipper)'로 추정된다. 이 선박은 과거 'Adisa'라는 이름으로 이란산 원유 거래에 관여해 제재 대상에 오른 바 있다.

스키퍼호는 이달 초 베네수엘라 호세 항에서 약 180만 배럴의 메레이(Merey) 중질유를 실은 뒤, 약 20만 배럴을 퀴라소 인근에서 다른 선박에 옮겨 싣는 과정이 포착됐다. 가이아나 해양당국은 이 선박이 자국 국기를 불법적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나포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62.21달러로 0.4% 상승해 마감됐고, 미국산 WTI도 같은 폭으로 올라 58.46달러를 기록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집회에서 나포 사건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베네수엘라는 최근 하루 평균 90만 배럴 이상을 수출하고 있으며, 중국과의 거래를 위해 원유 가격을 크게 할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공급 흐름을 즉각 바꾸진 않겠지만, 단기 공급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몇 달 동안 카리브해와 태평양에서 의심되는 마약 운반선을 대상으로 20여 차례 타격을 감행하면서 군사작전을 강화해 왔다. 사망자가 80명을 넘어서며 국제사회와 법률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고, 생존자를 포함한 선박을 두 차례 공격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며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미국인의 상당수가 이러한 군사작전에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공화당 지지층의 약 20%도 반대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발표한 외교 전략 문서에서 미국의 외교 정책 핵심 목표가 "서반구에서의 미국 영향력 재확립"이라고 밝힌 바 있어, 이번 나포 역시 그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