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9 08:52 AM

일본은행, 기준금리 30년 만에 최고치로 인상...추가 인상 가능성 시사

By 전재희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약 3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인상하며 초완화 통화정책에서의 이탈을 한층 더 분명히 했다. 일본은행은 향후 경제·물가 전망이 예상대로 전개될 경우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19일 보도했다. 

기준금리 0.75%로 인상...1995년 이후 최고

로이터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를 0.5%에서 0.75%로 인상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과 부합하는 결정으로, 1월 이후 첫 금리 인상이다. 이번 조치로 일본의 기준금리는 1995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일본은행
(일본은행. 자료화면)

당시 일본은 자산 버블 붕괴 이후 장기 디플레이션에 빠지며 수십 년간 초저금리와 대규모 통화 완화 정책을 이어왔다. 이번 인상은 그러한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려는 또 하나의 이정표로 평가된다.

"임금·물가 선순환 지속 가능성 높다"

일본은행은 성명에서 "최근의 경제 지표와 조사 결과를 종합할 때, 임금과 물가가 완만하게 함께 상승하는 메커니즘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실질금리가 여전히 상당히 낮은 수준에 있는 만큼, 경제와 물가 전망이 실현된다면 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일본은행이 2% 물가 목표를 안정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점차 강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우에다 총재 "속도·시점은 경제 반응 보며 판단"

다만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향후 금리 인상의 속도와 폭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힌트를 주지 않았다. 그는 "각 회의마다 경제와 물가 전망, 위험 요인, 목표 달성 가능성을 점검해 적절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신중한 발언에 대해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추가 인상에 나서더라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엔화 약세..."비둘기적 메시지로 해석"

금리 인상 발표 이후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26년 만의 최고치로 뛰었지만, 엔화는 오히려 약세를 보였다. 달러·엔 환율은 한때 1달러당 157엔을 넘어서며 한 달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마포 인스티튜트 플러스의 고이케 마사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에다 총재가 추가 인상에 적극적인 신호를 주지 않으면서,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에 시간을 들일 것이라는 인식이 엔화 약세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내부 이견도 노출...매파 위원들 반대 의견

일본은행은 기본적으로 2027회계연도까지의 전망 기간 후반에 물가가 2% 목표로 수렴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금융정책위원인 다카타 하지메, 다무라 나오키 위원은 이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이는 일본은행 내부에서도 물가 상승 리스크를 둘러싼 매파·비둘기파 간 시각 차이가 여전함을 보여준다.

중립금리 접근..."아직 인상 여지 남아"

이번 인상으로 정책금리는 일본은행이 추정하는 중립금리 범위(1.0~2.5%)의 하단에 근접하게 됐다. 중립금리는 경기 과열도, 위축도 유발하지 않는 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우에다 총재는 "0.75%까지 올렸지만, 중립금리 범위 하단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중립금리와의 거리뿐 아니라 실질금리, 대출 동향, 경제 전반을 함께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약한 엔화가 정책 압박 요인

일본은행은 지난해 10년 넘게 이어진 대규모 통화 완화 정책을 종료한 이후 두 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그러나 인상 속도가 느리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엔화 약세는 수입 물가 상승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며 정책 당국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최근 엔화 하락과 이에 따른 물가 압력이 커지자, 일본 정부 내에서도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결정 존중...경제 영향은 경계"

한편 미노루 기우치 일본 경제재생상은 "일본은행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금리 인상은 부채 상환 부담을 키울 수 있는 만큼, 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의 이번 결정은 장기 디플레이션과 초저금리 시대의 종언을 향한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되지만, 추가 인상의 속도와 엔화 흐름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