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3 08:30 AM

미 정부, 중국산 드론 신규 판매 전면 금지

By 전재희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산 드론의 신규 수입·판매를 전면 금지하면서, 미국 드론 조종사와 관련 산업 전반에 거센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시장을 사실상 장악해온 중국 업체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현장에서는 "대체재가 없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2일 **DJI**와 **Autel Robotics**를 포함한 중국 드론 제조사들의 드론 및 핵심 부품, 통신·영상 감시 장비를 금지 대상 장비 목록에 올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과 자회사·파트너는 앞으로 미국 내에서 신규 드론 장비를 수입·마케팅·판매할 수 없게 된다.

"국가안보에 용납 불가한 위험"

FCC는 이번 결정이 백악관 주도의 정부 내 협의체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협의체는 외국산 드론이 "용납할 수 없는 국가안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FCC에 통보했고, 그 결과 이번 조치가 단행됐다.

중국산 드론
(중국산 드론. 자료화면)

미국 정부는 수년 전부터 중국산 드론의 보안 문제를 제기해왔다. 2017년 미 육군은 사이버 보안 취약성을 이유로 DJI 드론 사용을 중단했으며, 이후 연방 당국은 중국 공산당이 드론을 통해 영상·위치 데이터에 접근하거나 기체를 조작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복적으로 제기해왔다. 미 국방부는 DJI를 '중국 군사 기업'으로 지정하기도 했으나, DJI는 이를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기존 제품은 허용...하지만 '소급 금지' 가능성

이번 FCC 조치는 이미 구매했거나 현재 매장에 있는 드론에는 즉각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FCC는 필요할 경우 기존 모델도 사후적으로 금지 목록에 포함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어, 현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DJI는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의 국가안보 검토를 환영하며, 독립적인 평가와 미 정부 기관의 검토에서도 제품의 안전성이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DJI는 드론이 인터넷 연결 없이도 작동하며, 수집된 데이터는 로컬에만 저장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Autel Robotics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미국 드론 시장의 '절대 강자'가 빠지다

DJI는 현재 미국 내 **상업용·지방정부·취미용 드론 시장의 70~9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약 50만 명에 달하는 미국 상업용 드론 조종사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업계 퇴출"이라는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인디애나주에서 태양광·풍력 발전소 건설 현장을 드론으로 모니터링하는 팔콘 언맨드 시스템즈의 창업자 에릭 에버트는 "나는 미국산 픽업을 몰고 다니는 순수한 미국인"이라면서도 "미국 드론은 DJI와 경쟁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2026년을 대비해 드론과 배터리, 부품을 수십 대 분량으로 사재기했다고 밝혔다.

"2년 안에 문 닫을 수도"

애리조나에 본사를 둔 조종사 교육기관 파일럿 인스티튜트의 공동창업자 그레그 리버디오는 8,000명의 드론 조종사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응답자의 **43%는 금지 조치가 '사업을 끝낼 수도 있는 수준의 타격'**이라고 답했고, 85%는 2년 이내에 사업 지속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미시시피에서 부동산 항공 촬영을 하는 제이슨 콜립 역시 "중국산이기 때문에 DJI를 쓰는 게 아니라, 싸고 성능이 좋고 당장 쓸 수 있기 때문"이라며 "소상공인에게 대안이 무엇인지 아무도 답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산 드론 육성'으로 대응

한편 미 국방부는 '드론 도미넌스(Drone Dominance)' 프로그램을 통해 2027년까지 11억 달러를 투입, 수십만 대의 미국산 드론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드론 규제 완화와 국내 제조업 투자를 지시한 행정명령의 연장선이다.

시애틀 기반 드론 제조사 브링크 드론스의 창업자 블레이크 레즈닉은 "국가 지원이 없는 기업이 DJI와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번 규제가 미국 업체들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통업계·관련 기업도 '출구 전략' 모색

중국산 드론 판매에 의존해온 미국 내 유통·부품 업체들도 재편에 나서고 있다. 지난 11월 XTI 에어로스페이스는 DJI 리셀러 드론 너즈와 DJI 기술을 라이선스해 드론을 제작하던 안주 로보틱스를 인수했다. 이 거래에는 부품업체 언유주얼 머신즈가 2,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언유주얼 머신즈의 주주이자 자문위원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참여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번 인수는 DJI 이후 시장을 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중국산 드론 금지 조치는 안보와 산업 정책이라는 명분 아래 추진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기술 격차와 생계 문제라는 현실적 충돌이 본격화되고 있다. 향후 미국이 국산 드론 산업을 얼마나 빠르게 키울 수 있느냐가 이번 조치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