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4 07:48 AM
By 전재희
비트코인 채굴이 점점 어려워지고 수익성도 떨어지는 가운데, 채굴업체들의 주가는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핵심 배경은 이들이 인공지능(AI) 붐의 핵심 인프라인 '대규모 데이터센터' 사업으로 빠르게 방향을 틀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은 기존에 보유한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 부지, 대규모 전력 계약 등을 활용해 AI 전용 인프라 공급자로 변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알파벳,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이 주요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은 막대한 연산 능력을 동원해 암호를 풀고 신규 코인을 얻는 구조다. 그러나 경쟁 심화와 비용 상승, 그리고 4년마다 반복되는 '반감기'로 인해 수익성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비트코인의 총 발행량이 2,100만 개로 제한돼 있다는 구조적 한계도 부담 요인이다.
반면 AI 산업은 전력 소모가 극심한 대형 데이터센터를 대거 필요로 한다. 이 지점에서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이 보유한 자산이 새로운 가치를 갖게 됐다. AI 모델 학습과 운영에 필요한 전력·부지·냉각 인프라가 이미 상당 부분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로의 전환은 간단하지 않다. AI 연산에는 더 정교한 냉각과 네트워크 시스템이 필요하고, 기존 비트코인 채굴용 장비 대신 GPU 기반 설비를 새로 도입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굴업체와 손잡는 것이 AI 기업 입장에서는 신규 시설을 처음부터 짓는 것보다 빠르고 비용도 적게 든다.
이 덕분에 채굴업체들은 일부 비트코인 채굴을 유지하면서도, 장기 임대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주가에 즉각 반영됐다. 코인셰어즈 비트코인 마이닝 ETF는 올해 약 90% 급등했다. 이는 비트코인 가격이 2025년 들어 오히려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ETF 구성 종목인 **Cipher Mining**과 **IREN**은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등과의 장기 계약 체결 이후 주가가 크게 뛰었다.
또한 **Core Scientific**는 2024년 2월 첫 AI 계약을 체결한 뒤 주가가 4배 이상 상승했으며, 2028년까지 비트코인 채굴에서 완전히 철수할 계획이다.
반면 **CleanSpark**는 AI를 '완전한 전환'이 아닌 리스크 분산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11억5천만 달러를 조달해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확장하면서도, 비트코인 채굴 사업은 계속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비트코인 채굴과 AI 인프라를 병행하는 모델은 전력회사에도 매력적이다. 전력 수요가 과부하에 걸릴 경우, 채굴업체는 즉시 전력 사용을 줄이거나 중단할 수 있어 전력망 안정화에 기여한다. 전력회사 입장에서는 '전기를 흡수했다가 필요하면 바로 줄일 수 있는 스펀지 같은 고객'을 확보하는 셈이다.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이 AI 데이터센터로 눈을 돌리면서, 암호화폐 산업과 AI 산업은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이해관계를 맞물리고 있다. 채굴의 시대가 저물어가는 가운데, 이들이 AI 인프라의 숨은 주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