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4 08:55 PM
By 전재희
미국 조지아주 풀턴카운티가 2020년 대선 당시 투표사무원의 서명이 없는 개표 확인표(tabulator tapes)를 사용해 투표 결과를 검증했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고 아틀란트 뉴스 등이 23일 보도했다.
이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는 주(州) 선거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논란이 지속돼 온 2020년 선거의 절차적 신뢰성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번 사실은 풀턴카운티 측 법률대리인인 앤 브럼보(Ann Brumbaugh) 변호사가 지난 12월 9일 조지아주 선거위원회(Elections Board) 회의에서 밝히며 공개됐다. 브럼보는 "해당 확인표들이 서명되지 않았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며 "규정 위반이었고, 그렇게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개표 확인표는 투표용지 집계기에서 출력되는 일종의 영수증으로, 실제 투표자 수와 집계된 표 수가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핵심 문서다. 조지아주 법에 따르면, 확인표를 출력·검토·서명하는 과정에는 투표관리자 1명과 증인 2명이 반드시 입회해야 한다.
그러나 풀턴카운티에서는 약 130대의 투표기에서 출력된 확인표가 서명되지 않았고, 이 문서들은 2020년 조기투표에서 행사된 약 31만5천 표, 즉 선거일 이전에 투표된 거의 모든 표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 소속 선거위원인 자넬 킹(Janelle King)은 "최선의 경우에도 부주의하고 안일한 행정"이라며 "최악의 경우 선거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논란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이에 대해 조지아주 국무장관 **Brad Raffensperger**는 이번 오류가 선거 결과를 바꾸지는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하루를 마감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행정적 오류가 합법적이고 유효한 투표를 무효로 만들지는 않는다"며 "조지아주는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선거를 치렀고, 모든 유권자는 사진 신분증으로 확인 절차를 거쳐 합법적으로 투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20년 선거에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시민들과 단체들은 이번 인정이 단순한 실수로 치부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보수 성향 선거 감시단체 VoterGA를 이끄는 갈랜드 파보리토(Garland Favorito)는 "한 장의 확인표 누락이라면 행정적 오류일 수 있다"며 "하지만 148장의 확인표가 없거나 서명되지 않은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말했다.
조지아주 선거위원회는 결국 표결을 통해 해당 사안을 주 검찰총장실로 이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풀턴카운티는 서명되지 않았거나 분실된 확인표 한 건당 최대 5,000달러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으며, 해당 건수는 100건을 훌쩍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지난주 풀턴카운티 고등법원 판사 **Robert McBurney**는 선거위원회의 손을 들어주며, 카운티가 2020년 선거와 관련된 스캔된 투표용지 이미지 등 문서를 즉시 제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풀턴카운티는 해당 자료 공개를 1년 넘게 거부해왔지만, 법원이 이를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풀턴카운티 측은 2020년 이후 절차를 전면 개편하고 교육을 강화해 동일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인정은 선거 결과의 정당성 논쟁을 넘어, 향후 선거에서 절차적 투명성과 기록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부각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