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30 08:12 AM

UAE, 예멘 잔류병력 자발적 철수키로... 사우디와 갈등 위기

By 전재희

아랍에미리트(UAE)가 예멘에 남아 있던 병력을 전격 철수하기로 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사이의 균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고 로이터 통신이 30일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UAE는 겉으로는 사우디의 철수 요구에 응한 '자발적 결정'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동맹국이던 두 나라가 예멘에서 사실상 서로 다른 편으로 갈라섰다는 구조적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고 해석되고 있다.

특히 철수 발표 직전 사우디 주도 연합군이 UAE와 연계됐다고 주장하는 목표물을 공습하면서, 이번 사태는 외교 갈등을 넘어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내포한 중대한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동맹국에 내려진 '24시간 최후통첩'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예멘 정부 측 요구를 지지하며 UAE 병력의 24시간 내 철수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이는 한때 같은 연합군으로 예멘 전쟁을 수행해 온 UAE에 대해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린 것으로, 외교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조치다. 사우디는 UAE가 예멘 남부 분리주의 세력의 군사 행동을 부추겨 자국 안보를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철수 요구 직후 발생한 공습

긴장은 곧 군사 행동으로 이어졌다. 사우디 주도의 연합군은 예멘 남부 항구 무칼라를 공습하며, 해당 시설이 UAE와 연계된 무기 지원에 사용됐다고 밝혔다.

폭격받은 무칼라 항구
(폭격받은 무칼라 항구. kurdistan24 )

동맹국의 이해관계와 연결된 목표물을 공습한 것은, 사우디와 UAE 간 갈등이 말싸움 수준을 넘어 실제 충돌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서로 다른 편을 든 두 나라

갈등의 근본 원인은 예멘 내에서 양국이 서로 다른 세력을 지원해 왔다는 점에 있다. 사우디는 국제적으로 인정된 예멘 중앙정부를 지지하는 반면, UAE는 남부 자치 또는 분리를 요구하는 Southern Transitional Council(STC)을 후원해 왔다. 이로 인해 같은 연합군 내부에서 이해관계가 점점 충돌했고, 최근 STC의 군사 공세를 계기로 갈등이 폭발했다.

UAE의 철수, '양보' 아닌 '거리두기'

UAE는 병력 철수를 "자발적이며 책임 있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사우디 요구에 단순히 응한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사우디 주도의 작전 틀 안에 머물지 않겠다는 전략적 거리두기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철수는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타협이 아니라, 동맹 관계가 사실상 붕괴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것이다.

지역 질서로 번지는 파장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모두 OPEC의 핵심 산유국이다. 두 나라의 갈등은 예멘 전선을 넘어 석유 생산 정책 공조, 걸프 안보 질서, 금융시장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사태 이후 걸프 주요 증시는 동반 하락하며 시장의 불안을 반영했다.

'철수'가 의미하는 것

전문가들은 이번 UAE 철수가 긴장 완화나 분쟁 종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오히려 사우디와 UAE가 더 이상 예멘에서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명확해졌고, 이는 예멘 내전 재격화와 중동 세력 구도의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결국 이번 철수는 단순한 병력 이동이 아니라, 중동 안보 질서의 핵심 축이었던 사우디-UAE 동맹이 구조적 시험대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