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31 08:41 AM

2025년 시장 결산: 금, '골디락스', 그리고 달러 약세의 해

By 전재희

2025년 글로벌 금융시장은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이라는 정치적 변수 속에서 극단적인 변동성과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를 동시에 남겼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세계 증시는 또 한 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그 이면에서는 금 폭등, 달러 약세, 원자재와 가상자산 급락 등 상반된 흐름이 교차했다.

2025년 금가격
(2025년 금 가격추이. LSEG)

 

주식은 웃고, 자산별 희비는 극명

올해 세계 주식시장은 21% 상승하며 시가총액이 약 15조달러 늘어났다. 이는 최근 7년 중 6번째 두 자릿수 연간 상승률이다. 미국의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충격으로 4월 한때 급락했지만, 빠르게 회복하며 연말까지 강세를 이어갔다.

다만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으로 불리던 미국 빅테크 주식들의 광채는 다소 퇴색했다. AI 대표주자인 Nvidia가 10월 세계 최초 시가총액 5조달러 기업에 올랐지만, 이후 기술주 전반의 모멘텀은 약해졌다. 비트코인은 10월 고점 대비 약 30% 급락했다.

금의 시대...1979년 이후 최대 연간 상승

2025년의 진정한 승자는 금이었다. 안전자산의 상징인 금 가격은 약 70% 급등하며 1979년 오일쇼크 이후 최고의 연간 성과를 기록했다. 동시에 은과 백금도 각각 165%, 145% 급등해 귀금속 시장 전반이 폭발적인 한 해를 보냈다.

사상 최고가 행진 이어가는 국제 금값
(골드바. 자료화면)

반면 유가는 연간 17% 하락했고, 비트코인은 연중 최고가(12만5천달러)를 찍은 뒤 8만8천달러 수준으로 밀리며 연말 기준 약 7% 하락했다.

채권과 통화...달러 약세, 신흥국 반등

채권시장에서는 미국 국채가 소폭 상승에 그친 반면, 신흥국 채권은 2009년 이후 최고의 해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재정지출 계획과 세 차례 금리 인하로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한때 5.1%를 돌파해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연말에는 4.8% 수준으로 내려왔다. 일본의 30년물 국채 금리 역시 사상 최고치 부근이다.

통화시장에서 달러는 약 10% 약세를 보였다. 유로화는 14%, 스위스 프랑은 14.5% 상승했다. 엔화는 연말 급락으로 연간 보합에 그쳤고, 위안화는 달러당 7위안을 돌파했다. 러시아 루블화는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의 관계 개선 기대 속에 40% 급등했으며, 폴란드·체코·헝가리 통화도 15~20% 강세를 기록했다.

JP모건의 조니 골든은 "14년간 이어진 신흥국 통화 약세장이 끝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금·무기·AI'가 시장을 움직였다

올해 시장을 이끈 세 가지 키워드는 금, 무기, AI였다. 트럼프의 나토 방위 기조 변화로 유럽 방산주가 55% 급등했고, 유럽 은행주는 1997년 이후 최고의 해를 보냈다. 한국 증시는 70% 급등했고, 디폴트 상태였던 베네수엘라 국채는 거의 100% 수익률을 기록했다.

AI 투자 열풍도 막대한 부채 증가로 이어졌다. Goldman Sachs는 글로벌 AI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올해 약 4천억달러를 투자했으며, 내년에는 5천3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2026년을 향한 새로운 불안

전문가들은 2026년 역시 결코 조용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연준 의장 지명이라는 중대 변수를 쥐고 있으며, 이는 중앙은행의 독립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 경기 회복 여부, 가자 휴전과 우크라이나 전쟁, 유럽과 중남미 주요 선거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사토리 인사이트의 맷 킹은 "시장 밸류에이션은 이미 '놀라운' 수준에 도달했다"며 "쉬운 돈 정책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균열이 채권시장, 비트코인, 금 가격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2025년은 '골디락스'처럼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2026년을 향한 더 큰 긴장과 시험이 쌓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