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31 11:18 AM

이란 전역 대규모 시위 확산...경제 붕괴가 촉발한 최대 항쟁

By 전재희

이란에서 급격한 경제 위기가 촉발한 대규모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며, 2022년 이후 최대 규모의 항쟁으로 번지고 있다고 가디언 지 등 주요 매체가 31일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물가 폭등과 통화 가치 붕괴에 대한 분노는 단순한 생계 항의에서 정권 퇴진 요구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통화 붕괴가 불씨...상인·학생 동시 가세

이란 중부 이스파한에서 섬유 상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최근 가게 문을 닫고 거리로 나섰다. 수도 테헤란을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상인들은 동맹 휴업에 들어갔고, 대학생들은 캠퍼스를 점거하며 시위에 합류했다. 시위는 현재 나흘째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도로를 봉쇄하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란 반정부 시위 확산
(이란 반정부 시위 확산, 알자지라)

시위의 직접적 계기는 이란 리알화의 폭락이다. 지난 일요일 리알화 환율은 달러당 142만 리알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불과 6개월 만에 가치가 56% 넘게 급락한 것이다. 그 여파로 식료품 가격은 전년 대비 평균 72% 상승해 서민들의 생계를 직격했다.

제재와 수입 의존...구조적 위기 심화

이란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제재를 받는 국가 중 하나로, 해외 동결 자금과 외화 접근이 제한돼 있다. 수입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통화 가치 하락은 인플레이션을 더욱 자극했고, 이는 민심 이반으로 이어졌다.

2022년 히잡 단속 과정에서 경찰 구금 중 숨진 Mahsa Amini 사건 이후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바 있으나, 당시에는 강경 진압으로 잦아들었다. 이번 시위는 그 이후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독재자에게 죽음을"...정권 비판으로 확전

초기에는 생활고에 대한 항의였지만, 시위 구호는 빠르게 정권 비판으로 바뀌었다. 여성 인권 활동가와 학생, 상인들은 "독재자에게 죽음을", "여성, 생명, 자유"를 외치고 있다. 이 같은 구호는 이란에서 중형을 받을 수 있는 위험한 발언으로 여겨진다.

시위 참가자들은 정부의 대화 제안에 회의적이다. 이란 정부는 최근 이스라엘과의 12일간의 전쟁으로 체제 안정성에 타격을 입은 상태에서, 시위대의 '정당한 요구'를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이란 대통령 **Masoud Pezeshkian**은 정부에 민심을 수용하라고 지시했다.

강경 대응 예고...해외 압박도 변수

그러나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성명을 통해 "모든 선동과 불안을 단호히 진압하겠다"고 경고했다. 시위대는 신분증 압수, 체포, 폭행, 최루탄 및 금속 탄환 사용 사례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외 변수도 불안을 키우고 있다. 미국 대통령 **Donald Trump**는 최근 이란의 핵 활동 가능성을 언급하며 "필요하다면 다시 타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이란은 핵 프로그램이 평화적이라고 반박했다.

"성직자 정권은 물러가라"...긴장 고조

시위대는 위협에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노동조합까지 파업에 동참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항쟁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한 시위 참가자는 "우리는 성직자 정권이 물러나고 민주주의가 올 때까지 가게 문을 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경제 위기가 정치 체제 전반에 대한 도전으로 비화하면서, 중동 정세와 국제 사회의 시선도 다시 이란으로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