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07 08:16 PM

트럼프, 대형 투자회사 겨냥한 '주택 매입 금지' 추진

By 전재희

트럼프 대통령은 7일(수)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더 이상 단독주택을 사들이지 못하도록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며 "사람은 집에 살지, 기업은 집에 사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동시에 의회에 관련 조치를 법제화(codify) 할 것을 촉구했다.

다만 대통령의 행정 권한만으로 이러한 전면 금지 조치가 가능한지는 불분명하다. 의회의 입법 없이는 실행이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며, 설령 금지가 시행되더라도 기존에 기관들이 보유 중인 수십만 채의 주택에는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월가 자본의 주택시장 진입 배경

월가와 기관투자가들의 주택 매입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본격화됐다. 전체 주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 수준에 불과하다는 추산도 있지만, 특정 지역에서는 영향력이 매우 컸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주택 붐이 일었던 휴스턴, 마이애미, 피닉스, 라스베이거스 등에서는 투자자들이 전체 주택 거래의 20%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선벨트(Sunbelt) 지역은 기관투자가의 주요 표적이 됐다. 미 회계감사원(GAO)의 2024년 분석에 따르면 애틀랜타의 임대주택 중 25%, 샬럿은 **18%**가 대형 기관 소유였다.

정치권·시장 반응 엇갈려

기관투자가들은 현금 매입과 신속한 거래 종결 능력으로 첫 주택 구매자들의 경쟁을 어렵게 만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주택 가격 급등에 대한 유권자 불만이 커지면서 민주·공화 양당 소속 주정부 의원들 사이에서도 규제 논의가 이어져 왔다. 네브래스카, 캘리포니아, 뉴욕, 미네소타, 노스캐롤라이나 등이 관련 입법을 시도했으나 대부분 성과를 내지 못했다.

민주당은 기관투자가 규제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 방식에는 비판적이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트럼프는 먼저 하원 내 자기 당 의원들이 초당적 주택비용 인하 법안을 지지하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적 쟁점과 시장 충격

투자은행 키프 브루엣 앤드 우즈(KBW)는 기관투자가 금지가 현실화될 경우 신규 주택 건설 부문에 대한 예외 조항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변호사협회(ABA)는 해당 조치가 재산권 및 헌법 위반 소지로 법적 다툼에 휘말릴 가능성도 제기했다.

미국의 8학군으로 알려진 캘리포니아 얼바인 주택가
(캘리포니아 얼바인 지역 주택가. 자료화면)

시장에서는 즉각적인 반응이 나왔다. 단독주택 임대업체인 Invitation Homes와 American Homes 4 Rent의 주가는 각각 약 6%, 4% 이상 하락했다. 주택건설사 D.R. Horton 역시 주가가 3% 넘게 떨어졌다. 일부 임대업체들은 기존 주택 매입 대신, 신규 단독주택을 지어 임대하는 '빌드 투 렌트(build-to-rent)' 모델로 사업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주택난 해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미국은 수백만 채 규모의 주택 공급 부족에 직면해 있다. 2008~09년 금융위기 이후 주택 건설이 급감한 것이 장기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첫해 동안 주택 문제와 관련한 실질적 정책 발표가 많지 않았으나, 향후 몇 주 내 추가적인 주택·주거비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실제로 시행되더라도 주택 가격 안정과 공급 확대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불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의회 통과, 헌법 소송, 시장의 구조적 문제 등 넘어야 할 장벽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