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09 07:41 AM
By 전재희
이란 당국이 반정부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자 인터넷을 전면 차단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9일(금)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외부와의 정보 흐름을 차단하기 위해 인터넷과 전화망을 막았고, 일부 항공편도 취소됐다. 소셜미디어 영상에는 여러 도시에서 건물과 차량이 불타는 장면이 포착됐다.
인권단체들은 시위가 시작된 지 약 2주 동안 시위대 수십 명이 사망했다고 기록했다. 이란 국영 TV는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과 화재 장면을 보도했으며, 준관영 타스님 통신은 밤사이 경찰관 여러 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날 TV 연설에서 "이슬람공화국은 수십만 순교자의 피로 세워졌다"며 "파괴자들 앞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위대가 해외 망명 반체제 세력과 미국의 사주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려 한다고 비난했다.
테헤란 검찰은 공공시설 파괴, 방화, 보안군과의 충돌에 가담한 이들에게 사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최근까지 비교적 온건한 접근을 주문해온 정부 기조와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번 시위는 지난해 말 급등한 물가와 통화 가치 폭락에 항의하는 상인·바자르 상인들의 시위로 시작됐다. 이란 리알화는 지난해 달러 대비 가치가 절반으로 떨어졌고, 12월 인플레이션은 40%를 넘어섰다. 이후 시위는 대학과 지방 도시로 확산됐고, 구호 역시 경제 문제를 넘어 정권을 직접 겨냥하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국영 TV는 수도 테헤란과 카스피해 연안 항구도시 라슈트 등지에서 버스와 자동차, 오토바이가 불타고 지하철역과 은행에 화재가 발생한 장면을 방영했다. 당국은 이번 사태의 배후로 해외에 본부를 둔 반체제 조직 인민무자헤딘 조직(MKO)을 지목했다.
로이터가 확인한 테헤란 촬영 영상에는 수백 명이 행진하며 "하메네이에 죽음을"이라고 외치는 장면이 담겼다. 일부 지역에서는 군주제 복원을 지지하는 구호도 나왔다. 발루치 소수민족이 주로 거주하는 자헤단에서는 금요예배 후 시위대에 총격이 가해져 여러 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인권단체가 전했다.
해외 반체제 세력들은 추가 시위를 촉구하고 있다. 1979년 혁명으로 축출된 국왕의 아들인 레자 팔라비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세계가 여러분을 지켜보고 있다. 거리로 나서라"고 호소했다. 다만 이란 내부에서 군주제나 MKO에 대한 실제 지지 규모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여름 이란을 폭격한 뒤 최근 시위대 지원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이날은 팔라비와의 회동이나 공개 지지에 대해 "적절한지 확신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독일 정부는 시위대에 대한 폭력을 규탄하며 집회·결사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 보장을 촉구했다.
한편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으며, 중재 역할을 해온 오만 외무장관이 곧 테헤란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1999년 학생 시위, 2009년 대선 불복 시위, 2019년 경제 시위, 2022년 '여성·생명·자유' 시위 등 반복적인 대규모 항쟁을 겪어왔다. 2022년 시위는 강경 진압으로 수백 명이 숨지고 수천 명이 구금됐지만, 이후 여성들의 복장 규제는 사실상 느슨해지는 등 일부 변화도 뒤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