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10 09:53 AM

덴마크의 그린란드 딜레마: 이미 떠날 준비를 하는 영토를 지켜야 하는 나라

By 전재희

다음 주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덴마크 및 그린란드 측과 회동할 예정인 가운데, 덴마크는 1979년 이후 꾸준히 독립을 향해 움직여온 영토를 방어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로이터 통신이 10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장악 발언은 유럽의 덴마크 연대를 촉발했지만, 동시에 불편한 현실을 드러냈다. 덴마크가 보호하려는 영토의 주민 다수가 독립을 원하고 있으며, 최대 야당은 코펜하겐을 건너뛰고 워싱턴과 직접 협상하길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펜하겐대 정치학자 미켈 베드비 라스무센은 "덴마크는 외교적 자본을 소진해 그린란드를 지켜놓고도, 결국 그린란드가 떠나는 모습을 보게 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전략적 중요성

그린란드는 유럽과 북미 사이에 위치한 북극의 요충지로, 미사일 방어 체계의 핵심 거점이다. 덴마크는 이 영토를 잃을 경우 북극에서의 지정학적 위상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 하지만 그린란드 주민이 독립을 선택하거나 워싱턴과 별도의 합의를 체결할 경우, 덴마크의 노력은 성과 없이 끝날 가능성도 있다.

그린란드
(그린란드.britannica )

이번 사안은 덴마크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 동맹국들이 연대한 이유는, 그린란드를 포기하는 선례가 약소국을 상대로 한 영토 요구를 부추겨 전후 국제질서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덴마크 외무부는 논평을 피하고, 지난해 12월 22일 Mette Frederiksen 총리와 Jens-Frederik Nielsen 총리의 공동 성명을 인용했다. 두 정상은 "국경과 주권은 국제법에 뿌리를 둔 근본 원칙이며, 그린란드는 그린란드인들의 것"이라고 밝혔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이번 주 "미국이 다른 나토 국가를 공격한다면, 나토와 전후 제공돼 온 안보는 모두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린란드 카드'

미 행정부는 현재 구매나 무력 사용을 포함해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 라스무센 교수는 "트럼프의 위협에 대한 분노가 '그린란드를 붙잡는 비용이 과연 가치가 있는가'라는 논의를 덮어버렸다"며 덴마크가 과도한 애국주의에 빠졌다고 우려했다.

냉전기 그린란드의 전략적 가치는 덴마크가 워싱턴에서 과도한 영향력을 누리고, 나토 동맹국으로서 상대적으로 낮은 국방비를 유지하도록 했다. 이는 2017년 코펜하겐대 군사연구센터 보고서에서 '그린란드 카드'로 불렸다.

하지만 1979년 자치 확대와 의회 설립 이후 독립 열망은 누적돼 왔고, 2009년 합의는 독립 선택권을 명시적으로 인정했다. 모든 그린란드 정당은 독립을 지지하지만, 방식과 시점에서 이견이 있다. 트럼프의 압박은 이미 진행 중이던 일정을 앞당기며, 덴마크로 하여금 불확실한 종착점을 향해 정치·재정 자원을 더 투입하게 만들었다.

재정적 부담

덴마크는 그린란드에 연간 약 43억 덴마크크로네(약 6억1천만 달러)를 교부금으로 지원한다. 그린란드 경제는 2025년 성장률 0.2%로 정체 상태다. 중앙은행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연 8억 크로네의 재원 공백을 추산한다. 치안·사법·국방까지 합치면 덴마크의 연간 지출은 약 10억 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덴마크는 지난해, 그린란드 방어가 충분치 않다는 미측 비판에 대응해 420억 크로네(약 65억 달러) 규모의 북극 방위 패키지를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거래적 관점을 거부하며 국제법상 의무와 역사·문화적 유대를 강조한다. 덴마크 국방대학 마르크 야콥센 부교수는 "이는 방위와 경제를 넘어 감정과 문화의 문제"라고 말했다.

어려운 균형

오슬로 프리드쇼프 난센 연구소의 세라피마 안드레예바 연구원은 프레데릭센 총리가 외교적 신뢰를 지키기 위해 강경 대응이 불가피하지만, 러시아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관계 악화는 서방에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올해 선거를 앞둔 프레데릭센 총리에게 그린란드는 아직 핵심 쟁점은 아니다.

덴마크의 과학 저술가 론 프랑크는 "그린란드가 그렇게 떠나길 원한다면 왜 이 공동체에 집착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