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10 10:04 AM
By 전재희
주택을 사들여 임대하는 전략, 정치권의 집중 포화 속으로
월가가 2008년 주택 붕괴 이후 단독주택을 대거 매입해 임대하는 사업에 뛰어들도록 이끈 인물은 Stephen Schwarzman이었다. 그러나 이번 주, 부동산 업계는 우군으로 여겨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기습을 당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형 기관투자가를 주택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고 밝혔다.
그 여파로 상장 단독주택 임대 대기업인 Invitation Homes와 AMH 주가는 각각 6%, 4.3% 급락했다. 이후 일부 반등했지만, 정치적 리스크가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린스트리트의 존 파울로스키는 "정치적 내러티브 때문에 투자자들이 주거용 부동산 주식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월가의 충격
Blackstone도 타격을 입었다. 블랙스톤은 인비테이션 홈즈 설립을 지원했으나 이후 지분을 모두 매각했고, 현재는 소규모 경쟁사 트라이콘 레지덴셜을 보유하고 있다. 블랙스톤 주가의 5.6% 하락은 슈워츠먼이 보유한 약 20% 지분 가치에서 21억 달러 이상을 깎아냈다.
블랙스톤 측은 "미국 단독주택 보유는 부동산 운용자산의 약 2%, 전체 자산의 0.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사람이 사는 집, 기업이 아니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의 참모진은 생활비 부담을 우려하는 유권자들의 목소리에 맞춰 경제 메시지 조정을 건의해왔다. 특히 젊은 층에서 '기관투자가 규제'가 높은 지지를 받았다는 여론조사가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대형 기관투자가가 더 많은 단독주택을 사들이지 못하도록 즉각 조치하고, 의회에 이를 법제화하도록 요구하겠다. 사람이 집에 살지, 기업이 사는 게 아니다"라고 적었다. 또한 주거비 안정화를 위해 2,000억 달러 규모의 모기지 채권 매입 계획도 추진 중이다. 구체안은 이달 말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World Economic Forum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다만 대통령에게 어떤 법적 권한이 있는지, 의회 통과가 가능한지는 불확실하며, 투자자들의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장의 반발과 정치의 압박
임대주택 업계는 사전 신호가 전혀 없었다며 반발했다. 이들은 1,000채 이상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전체 단독주택의 1% 미만을 소유해 가격·임대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대형 임대주들이 인기 교외 지역에 집중 투자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빼앗았다고 말한다.
JD Vance 부통령은 과거 이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며 논란을 키운 바 있다. Scott Bessent 재무장관은 "이미 보유한 주택을 강제로 팔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계적 매수자를 시장에서 밀어내는, 전향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어디까지가 대형인가'에 대한 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위기의 기회?
2008년 위기 이후 월가는 단독주택이라는 '마지막 미개척지'를 공략했다. 현금 결제와 알고리즘을 앞세워 일반 구매자를 제치며 급성장했고, 팬데믹 시기에는 개인 투자자까지 가세했다. 2021년에는 휴스턴·피닉스·마이애미 등에서 거래 주택의 20% 이상이 '거주하지 않을 구매자'의 손에 넘어갔다.
최근 일부 대형사는 가격 고점에서 매도자로 돌아섰다. 블랙스톤은 순매도 중이며, 인비테이션 홈즈도 2022년 말 이후 순매도 전환과 신규 건설을 병행하고 있다.
파울로스키 등 일부 애널리스트는 "금지안이 오히려 자산 청산을 촉진해 주주에게 나쁜 결과만은 아닐 수 있다"고 평가한다. 예컨대 인비테이션 홈즈의 주택은 주당 28만 달러로 평가되지만, 시장 매각가는 40만 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가 주택 시장의 규칙을 다시 쓰려는 순간, 월가의 '임대 제국'은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