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14 07:46 AM
By 전재희
중국이 미국의 관세 압박과 대미 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2025년 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흑자를 기록하며, 관세로 인한 성장 둔화 전망을 정면으로 뒤집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 보도했다.
중국 세관 당국에 따르면 2025년 중국의 무역흑자는 1조1,90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수출이 달러 기준으로 5.5% 증가한 데 힘입은 결과다.
월별로는 12월 무역흑자가 1,141억4,000만 달러로, 시장 예상치(1,096억 달러)를 웃돌았다.
같은 달 수출은 전년 대비 6.6% 증가해 11월(5.9%)보다 성장세가 가속됐다.
미국으로의 수출은 2025년 한 해 동안 20% 급감했지만, 중국 기업들은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수요를 확보했다. 동남아시아 수출은 13% 증가했고, 유럽연합(EU)은 8.4%, 중남미는 7.4%, 아프리카는 무려 26%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확대로 글로벌 경기가 예상보다 견조했던 점, 그리고 생산자물가 하락(디플레이션)으로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점을 주요 요인으로 꼽고 있다. 여기에 일부 미국 기업들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공급망을 베트남이나 멕시코로 이전했지만, 여전히 중국산 부품과 장비에 의존하면서 중국 제조 생태계가 유지됐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했을 당시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새로운 관세가 중국의 '수출 기계'를 둔화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강한 수출 실적은 부동산 침체와 소비 부진에도 불구하고 2025년 중국 경제 성장률을 떠받쳤다.
다만 중국의 대규모 무역 불균형은 지정학적 부담으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값싼 중국산 제품이 자국 산업에 미칠 충격을 우려하고 있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2위 경제국인 중국이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성장 모델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경고해왔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관세가 중국 당국으로 하여금 소비 중심의 성장 구조로 전환하도록 압박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예상 밖의 수출 호조는 단기적으로 그 압박을 완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가전·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소비를 일시적으로 끌어올렸으나, 소매 판매 모멘텀은 다시 둔화됐다.
경제학자들은 2026년에도 2025년과 같은 수출 성장세를 재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으로 주문이 앞당겨진 효과가 일부 반영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수요의 회복력과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감안할 때, 중국의 수출 역량이 단기간에 약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편 중국 정부는 최근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급락한 태양광 제품과 배터리에 대해 수출 세금 환급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수출 구조 조정과 산업 재편의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