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0 06:43 AM

트럼프, '좌석당 10억 달러' 평화위원회로 유엔 역할 대체 시도

By 전재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이른바 '가자(Board of Peace·평화위원회)' 구상이 가자지구를 넘어 전 세계 분쟁 중재를 담당하는 새로운 국제기구로 확대되면서 국제사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 기구는 유엔을 사실상 우회·대체하는 성격을 띠며, 영구 회원국 자격에 좌석당 10억 달러의 현금 기여를 요구하는 것이 핵심 특징이다.

가자 휴전 구상에서 글로벌 기구로 확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가자 휴전 합의의 일환으로 평화위원회를 처음 제안했다.

그러나 최근 각국에 전달된 헌장 초안에 따르면, 이 기구는 가자나 유엔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기민하고 효과적인 국제 평화 구축 기구"를 표방하며 전 세계 분쟁 지역을 대상으로 활동하도록 설계됐다.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 자료화면)

헌장에는 트럼프가 의장을 맡고 각국 정부가 회원국으로 참여하는 구조가 명시돼 있다.

유엔 체제에 대한 정면 도전

이번 구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 구축한 국제 질서를 대체하려는 트럼프의 구상을 분명히 드러낸다는 평가다.

그는 최근 미국을 31개 유엔 산하 기구와 기구체에서 탈퇴시키며 이들이 "미국의 국가 이익에 반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평화위원회 헌장은 "위기를 제도화하는 기존 접근에서 벗어나 실질적 행동과 협력을 추구한다"고 강조한다.

'10억 달러' 영구 좌석과 트럼프의 막강한 권한

헌장에 따르면 회원국의 임기는 기본적으로 3년이지만, 10억 달러를 현금으로 기여할 경우 이 제한이 면제된다. 자금 사용처는 명시돼 있지 않다. 의장인 트럼프는 회원국 임명·해임권과 사실상의 거부권을 가지며, 표결에서 동수일 경우 직접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다. 또 추가 기구 설립에 대한 독점적 권한도 보유한다. 헌장은 트럼프를 '초대 의장'으로 명시하고, 사실상 그 또는 지명한 후계자가 장기 집권할 수 있는 승계 구조를 담고 있다.

주요 강대국들 '신중' 또는 '거리두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은 기존 안보리 체제를 대체하는 데 대해 소극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는 가자 이외의 사안까지 관여하는 점과 유엔에 미칠 영향을 이유로 참여를 당분간 거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의 Keir Starmer 총리는 "동맹국들과 위원회 조건을 논의 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 크렘린궁의 Dmitry Peskov 대변인은 "제안의 세부를 검토 중"이라고만 언급했다.

일부 국가들은 참여 의사 표명

반면 헝가리의 Viktor Orbán 총리는 초청을 받아들였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모로코의 Mohammed VI 국왕과 카자흐스탄의 Kassym-Jomart Tokayev 대통령도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10억 달러 기여 조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동 국가들 "가자 한정이 우선"

일부 아랍 국가들은 평화위원회의 역할이 우선 가자 재건과 안정화에 국한돼야 한다며, 다른 분쟁까지 확대하는 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트럼프 개인의 통제 아래 새로운 글로벌 평화·안보 구조를 만드는 것은 지나치게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구상이 "트럼프가 세계 분쟁 해결의 주도권을 쥐고, 동조하지 않으면 배제하겠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고 평가한다.

평화위원회가 실제로 유엔을 대체하는 국제기구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아니면 논란 속 실험적 시도로 남을지는 각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