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0 07:24 AM

그린란드 둘러싼 미-유럽 무역전쟁은 전례가 없다

By 전재희

관세를 통한 영토 병합, 트럼프식 경제 압박의 종착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외교·통상 수단을 넘어 영토 병합을 위한 압박 도구로 활용하려 하면서, 국제 질서에 전례 없는 무역전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 보도했다 

이는 단순한 보호무역이나 통상 협상을 넘어, 지정학적 목표 달성을 위한 경제전쟁이라는 점에서 과거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평가다.

관세의 용도, '무역'에서 '영토'로

WSJ에 따르면, 지난 1년간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이용해 무역·투자 협상에서 양보를 끌어내거나, 불법 이민·마약 문제 등 국내 현안을 압박해왔다.

그러나 덴마크령 그린란드의 미국 편입에 반대할 경우 유럽 국가들에 10%에서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위협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그린란드 NUUK에 위치한 미국 영사관
(그린란드 NUUK에 위치한 미국 영사관. 영사관)

동맹국을 상대로, 그것도 전략적·지정학적 목적을 위해 관세를 사용하는 것은 현대 국제정치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이는 "미국의 경제적 규모와 영향력을 활용해 관세만으로도 군사력이 필요했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신념이 도달한 논리적 종착점으로 해석된다.

'군사력 이전 단계'로서의 경제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동안 군사적 개입보다는 관세·제재·무역 압박을 통해 상대국의 선택지를 좁히는 방식을 선호해왔다. 그린란드 사안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군사 충돌을 피하면서도 미국의 안보 이해를 관철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미국 내 일부 정책 전문가들은 관세 외교가 전통적인 군사력 사용에 비해 비용과 위험이 낮으며, 협상 여지를 남겨둔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과거 무역 협상에서 상대국들이 미국의 압박에 일정 부분 대응하거나 조정에 나선 사례도 적지 않다.

경제력 비대칭을 활용한 협상 전략

미국과 덴마크, 나아가 유럽 국가들 간의 경제력 격차는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비대칭 구조를 협상의 출발점으로 삼아, 상대국이 미국과의 충돌 비용을 신중히 계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는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들도 활용해온 방식으로, 국제 정치에서 낯선 전략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다만 중국과 달리, 미국은 민주적 제도와 여론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정책 운용에 일정한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함께 존재한다. 이러한 점은 관세 정책이 일방적 강압에 머무르기보다는 협상 국면으로 전환될 여지를 남긴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유럽과의 관계 속 조율 가능성

그린란드 문제로 미·유럽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동시에 양측 모두 장기적 관계 훼손을 원치 않는다는 점도 분명하다. 다보스포럼과 같은 다자 외교 무대는 갈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조율과 절충의 공간을 제공한다.

실제로 미 행정부 인사들은 무역과 안보 전반에서 유럽과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관세 압박 역시 궁극적으로는 협상 타결을 염두에 둔 수단이라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경제 압박의 한계와 현실적 기대

물론 관세만으로 모든 지정학적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은 즉각적인 결과보다는 협상력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경제적 부담을 통해 상대국의 계산을 바꾸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선택지를 모색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그린란드 사안을 둘러싼 관세 외교는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보다는, 미국 외교 전략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보다 절제된 평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논쟁적이지만, 동시에 기존 국제 질서 속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재정의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일정한 전략적 논리를 갖고 있다. 관세를 활용한 압박이 언제, 어떤 조건에서 협상으로 이어질지에 따라 이 접근법의 실질적 성과가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사안은 트럼프식 외교가 강압과 협상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찾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국제사회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실험대 위에 올라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