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0 10:41 PM

그린란드 충돌, 미국의 세계 경제 질서 내 위상 흔들까

By 전재희

그린란드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이 오랫동안 지켜온 '세계 경제의 안전지대'로서의 지위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 보도했다.

'안전자산' 미국에 드리운 변화의 조짐

미국은 수십 년간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질 때마다 자본이 몰리는 핵심 피난처였다. 깊고 유동적인 금융시장, 국제 거래의 표준 통화로 자리 잡은 달러, 그리고 안정적인 제도 환경이 그 기반이었다. 그러나 최근 그린란드 사안을 둘러싼 외교·경제적 충돌은 이러한 전통적 인식에 균열을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통상·외교 기조가 각국으로 하여금 미국 중심 질서에 대한 의존도를 재검토하게 만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 자료화면)

그 결과, 국방비 확대, 새로운 무역 동맹 모색, 투자처 다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이 먼저 반응

이 같은 우려는 금융시장에서 즉각적인 신호로 나타났다. 최근 글로벌 증시가 동반 하락한 가운데, 미국 증시는 특히 큰 낙폭을 기록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하루 만에 약 1.8% 하락했고, S&P500과 나스닥 역시 각각 2%를 넘는 조정을 받았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미 국채와 달러의 동반 약세다. 전통적으로 위기 국면에서 자금이 유입되던 자산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모습은, 투자자들의 인식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환점이 될 수도"

아담 포즌 페터슨국제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번 상황을 단기 변동성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린란드 갈등 외에도 베네수엘라 개입, 연준 의장 관련 사법 이슈, 유럽을 상대로 한 추가 관세 위협 등을 함께 거론하며 "지금은 과거와 다른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그동안 세계 교역과 금융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는 대가로, 저렴한 자금 조달과 풍부한 해외 투자, 달러 패권이라는 혜택을 누려왔다. 그러나 이러한 신뢰가 약화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외국인 투자 감소,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 재정 운용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고평가된 시장, 취약성 노출 우려

현재 미국 자산 시장의 밸류에이션이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로버트 실러의 장기 주가평가 지표(CAPE)는 닷컴 버블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으며, 하이일드 회사채 스프레드 역시 금융위기 직전과 비슷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환경에서 투자자 신뢰에 균열이 생길 경우, 조정이 빠르고 크게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실제로 주식시장 강세는 고소득층 소비와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를 통해 최근 미국 경제 성장을 뒷받침해 왔지만, 반대로 하락 전환 시 파급 효과도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극화로 향하는 세계?

만약 미국의 안전자산 지위가 점진적으로 약화된다면, 세계 경제는 미국·중국·러시아 등 주요 강대국이 각자의 경제·안보 권역을 구축하는 다극 체제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질서가 지금보다 더 불안정하고 불균형적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만 미국 시장의 규모와 수익성을 고려할 때, 투자자들이 쉽게 등을 돌리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질서와 신뢰가 지속적으로 훼손될 경우, 글로벌 자본이 미국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선택을 할 유인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린란드 사안을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외교 현안을 넘어, 미국이 세계 경제 질서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인지에 대한 중대한 시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