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9 09:10 PM
By 전재희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영국의 대중국 관계 강화 움직임을 두고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한 반면, 키어 스타머(Keir Starmer) 영국 총리는 중국과의 관계 재설정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하며 정면으로 온도 차를 보였다고 로이터 통신이 29일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9일(목) 기자들과 만나 영국이 중국과 경제 협력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그렇게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 멜라니아(Melania) 관련 영화 시사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해당 발언을 했으나,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같은 시기 스타머 총리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Xi Jinping) 중국 국가주석과 약 3시간에 걸쳐 회담을 가졌다. 스타머 총리는 회담에서 "보다 정교한 관계(more sophisticated relationship)"를 강조하며 시장 접근성 확대, 관세 인하, 투자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회담에서는 축구와 셰익스피어 같은 문화적 주제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스타머 총리는 베이징에서 열린 영국·중국 비즈니스 포럼에서 시 주석과의 만남을 "매우 따뜻했고, 우리가 기대했던 바로 그 수준의 교류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무비자 여행 확대와 위스키 관세 인하 합의를 "관계 개선을 상징하는 중요한 접근"이라고 표현하며, "이것이 상호 신뢰와 존중을 쌓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스타머 총리의 중국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외교 행보로 서방 동맹국들이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트럼프는 최근 캐나다의 마크 카니(Mark Carney) 총리가 중국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자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으며,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Greenland)를 장악하겠다는 발언으로도 동맹국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트럼프는 오는 4월 중국을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머 총리는 영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중국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미국과의 관계는 국방, 안보, 정보, 무역 전반에 걸쳐 우리가 가진 가장 긴밀한 관계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해 9월 영국 방문 당시 1,500억 파운드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이 발표된 점을 언급하며, 양국 관계의 깊이를 강조했다.
다만 스타머 총리는 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비교적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일부 병력이 전투를 회피했다는 트럼프의 발언을 "솔직히 말해 개탄스럽다"고 비판하며 사과를 요구했고, 그린란드 병합 요구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 상무장관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은 스타머 총리의 대중 외교 성과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중국은 세계 최대 수출국이며, 외국이 중국에 수출하려 할 때 매우 까다롭다"며 "영국이 중국에 수출하려 한다면 행운을 빈다.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영국이 캐나다처럼 관세 압박을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러트닉 장관은 "캐나다는 두 개의 세계 강대국 중 하나를 선택하겠다는 식으로 행동했다"며 "영국 총리가 미국을 정면으로 거스르지 않는 한 상황은 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스타머 총리 외에도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중국을 방문했으며,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 독일 총리도 조만간 중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과 강경 외교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방 주요국 지도자들이 잇따라 중국과의 외교 채널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