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31 10:03 PM

워시(Kevin Warsh)의 '연준 체제 개편', 거대한 중앙은행 앞에 놓인 높은 장벽

By 전재희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지명한 케빈 워시(Kevin Warsh)가 내세운 '연준 체제 변화(regime change)' 구상이 제도적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31일 보도했다. 

정치적 신뢰와 금융권 인맥, 보수적 통화 철학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실제 정책 전환을 얼마나 빠르고 깊게 실행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분석이다.

트럼프의 기대와 현실의 간극

트럼프 대통령은 기준금리를 사실상 위기 수준인 1%대까지 낮추길 공개적으로 요구해 왔다. 그러나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연준 이사로 재직했던 워시는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경계론자로, 이 같은 급진적 금리 인하 요구에 동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캐빈 워시
(캐빈 워시, 인스타그램)

현재 금리 선물시장은 2026년 동안 0.25%포인트 인하 두 차례 정도만을 반영하고 있으며, 워시 지명 소식 이후에도 시장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비판가에서 책임자로

워시는 연준을 떠난 이후 수년간 연준의 정책과 권한 확대를 강하게 비판해 왔다. 특히 최근 1년 동안은 현 의장인 제롬 파월(Jerome Powell)의 후임 후보로 거론되면서 발언 수위를 높였다. 문제는 싱크탱크 연설이나 신문 기고문에서 제기한 비판을 실제 개혁으로 구현하는 과정이다.

연준 이사회 내부 동의, 백악관과 재무부의 승인, 연방준비법(Federal Reserve Act) 개정이 필요한 사안의 경우 의회의 문턱까지 넘어야 한다. 변화는 말보다 실행이 훨씬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제도적 표류' 논쟁

워시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재무장관은 최근 연준이 지난 20여 년간 금융위기와 팬데믹을 거치며 권한을 과도하게 확장했고, 통화정책과 규제 권한이 혼재된 '하이브리드 기관'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해 왔다. 이 같은 제도적 표류는 연준의 법적 지위마저 모호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연방대법원은 최근 리사 쿡(Lisa Cook) 연준 이사 해임 가능성을 둘러싼 사건을 심리하며, 연준이 행정부로부터 얼마나 독립적인 기관인지에 대해 혼란스러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내부적으로 가능한 변화들

일부 변화는 법 개정 없이도 가능하다. 파월 의장 재임 기간 연준은 이미 글로벌 기후변화 협의체 참여를 중단했고, 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관련 업무도 축소했다. 워시가 의장이 된다면, 연준의 대외 커뮤니케이션 톤을 조정하거나 12개 지역 연은 총재들의 발언을 제한하고, 재무부와의 관계를 보다 밀착시키는 방식으로 방향 전환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 모델과 대차대조표

워시는 연준의 경제 모델과 단기 전망 의존도에도 비판적이다. 파월 의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더 나은 모델이 있다면 가져오라"고 공개적으로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이는 차기 의장의 통화정책 접근법을 가늠할 초기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또 하나의 핵심 쟁점은 연준의 대차대조표다. 워시는 재임 시절 양적완화(QE)에 공개적으로는 동의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강한 우려를 표명했고, 이것이 사임 배경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재 대차대조표는 금리 조절과 금융시스템 유동성, 글로벌 달러 공급과 깊게 얽혀 있어, 급격한 축소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애틀랜타 연은 총재를 지낸 라파엘 보스틱(Raphael Bostic)은 "경제가 성장하면 대차대조표도 함께 커져야 한다"며 현 수준이 과도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말보다 어려운 개혁

워시의 연준 개편 구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 금융시장 신뢰, 연준 내부 합의라는 세 가지 제약 속에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체제 변화'라는 구호와 달리, 실제 변화의 속도와 범위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거대한 중앙은행을 움직이는 일은, 강한 의지보다 더 복잡한 정치와 제도, 그리고 시장의 신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