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1 06:52 PM
By 전재희
금과 은 가격이 수십 년 만의 최대 폭으로 급락한 지난 금요일의 움직임은, 귀금속 시장의 극단적 변동성이 단순한 일시적 소음이 아니라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신호를 보내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실을 한참 앞서간 랠리에 뒤늦게 뛰어드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여실히 보여준 하루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최근 금 가격 급등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어느 하나도 전체 그림을 완전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다만 이 세 가지 설명은 모두 일정 부분 진실을 담고 있으며, 불확실한 글로벌 환경 속에서 투자자들이 주식·채권·통화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첫 번째 해석은 금이 달러를 대체하는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서방 제재를 우려하는 국가들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대신 금 비중을 늘려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은 가격 급등과 함께 오히려 둔화됐다.
최근 금 매수의 주체는 중앙은행이 아니라 ETF를 통한 민간 투자자들이다. 이들은 향후 중앙은행 수요가 다시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에 베팅하고 있지만, 이는 희망에 가까운 가정일 뿐이다.
만약 금이 진정한 달러 대안이라면 달러 약세와 함께 금 가격이 일관되게 상승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1년간 금 가격은 달러와 거의 독립적으로 움직였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소폭 하락한 반면 일본과 유럽 주요국 국채 금리는 상승했다. 탈달러화 흐름이 시장 전반에서 뚜렷하게 확인되지는 않는다.
두 번째 해석은 화폐가치 훼손에 대한 공포다. 대규모 재정지출과 달러 약세 정책이 다시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금 매수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금요일의 급락은 이러한 기대가 얼마나 취약했는지를 보여줬다. 가격 하락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의장으로 케빈 워시를 지명한 직후 발생했다. 그는 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이날 시장 반응은 전형적이었다. 주식과 금·은 가격은 하락했고, 달러와 장기 국채 금리는 상승했다. 다만 단기 금리에 대해서는 다소 완화적인 신호가 나오며 2년물 국채 금리는 소폭 하락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채권시장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낮아졌다. 화폐가치 훼손 공포가 사실이라면 왜 그 신호가 귀금속에서만 나타났는지는 설명하기 어렵다.
세 번째 해석은 글로벌 경기 회복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일본의 감세, 독일의 대규모 군사비 지출, 중국의 추가 부양 기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가능성 등이 성장 낙관론을 키웠다.
최근 시장은 2008~2009년 금융위기 이전과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대형 기술주보다 중소형주와 해외 주식이 강세를 보였고, 구리는 데이터센터 건설 수요로 급등했다. 금은 올해 초 21거래일 동안 21.8% 상승했고, 은은 개인 투자자 매수세로 12개월 만에 세 배 가까이 뛰었다.
그러나 달러가 엔화, 유로화, 파운드화 대비 거의 동일한 폭으로 하락한 점은 각국 정책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움직임이다. 무엇보다 은 가격 급등은 글로벌 성장 논리로 정당화하기 어렵다.
금은 이 모든 이야기 속에서 일정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가격 변동의 규모와 은의 급등·폭락은 시장에 상당한 거품이 끼어 있었음을 보여준다. 극단적 가격 변동 속에도 현실을 반영한 핵심 진실은 존재하지만, 금요일의 급락은 그 진실을 훨씬 넘어선 랠리에 뒤늦게 올라탄 투자자들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