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2 07:01 AM

주택시장, 매수자 쪽으로 무게 이동

By 전재희

지난해 미국 주택시장에서 매수자의 협상력이 뚜렷하게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수자의 약 3분의 2가 최초 매물가보다 낮은 가격에 주택을 구입했으며, 이는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할인 거래 비중 62%, 평균 할인율 8%

WSJ에 따르면,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Redfin)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주택 매수자의 약 62%가 매물가 이하로 거래했다.

부동산
(부동산 매물 광고. 자료하면)

매물가 대비 평균 할인율은 약 8%로, 2012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일부 거래에서는 매도자가 클로징 비용 보조나 모기지 금리 인하를 위한 현금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사례도 늘었다.

공급 과잉이 만든 '매수자 우위'

과거 2020~2022년에는 초저금리로 매수자가 몰리며 전형적인 매도자 시장이 형성됐다. 그러나 현재는 상황이 반전됐다.

지난해 12월 기준, 계절조정 기준으로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60만 명 이상 많은 것으로 집계되며 관련 통계(2013년 이후) 중 최대 격차를 기록했다. 높은 주택 가격과 금리로 수요가 위축된 반면, 매물은 늘어난 결과다.

레드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대릴 페어웨더는 "매도자의 기대 가격과 매수자의 지불 능력 사이에 간극이 커질수록 가격을 낮추는 쪽은 매도자가 아니라 매수자"라며 "가격을 결정하는 주체는 결국 매수자"라고 말했다.

금리 하락·거래량 반등 조짐

최근 몇 달 사이 시장에는 완만한 회복 신호도 포착된다. 모기지 금리가 1년 전보다 낮아지며 부담이 다소 완화됐고, 기존 주택 거래는 12월에 전월 대비 5.1% 증가해 약 2년 만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주택 가격 상승률도 둔화되는 흐름이다.

남부 지역이 가장 '매수자 친화적'

매수자에게 가장 유리한 지역은 신규 주택 공급이 늘어난 남부 시장이다. 특히 플로리다(Florida)와 텍사스(Texas)에서 할인 거래 비중이 높았다. West Palm Beach, Fort Lauderdale, Miami 등 플로리다 주요 도시에서는 2025년 매수자의 최소 85%가 매물가 이하로 주택을 구입했다.

반면 신규 공급이 제한적인 Newark에서는 할인 거래 비중이 32%에 그쳤고, San Francisco와 San Jose도 각각 39%로 낮았다.

고가 매물·리노베이션 주택은 장기 체류

구매 비용 부담이 큰 만큼 매수자들은 한층 까다로워졌다. 가격이 과도한 매물은 재고가 적은 도시에서도 장기간 시장에 머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규모 보수가 필요한 주택 역시 공사비 부담 탓에 거래가 지연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검사(인스펙션) 이후 계약을 철회하는 비율도 증가했다.

"2021년의 시장은 끝났다"

매사추세츠 월섬의 중개인 조슬린 말카시안은 "2021년처럼 가격을 높여도 복수의 오퍼가 들어오던 시절은 더 이상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디애나 북서부의 중개인 제이슨 문 역시 "최근 몇 년보다 훨씬 큰 폭의 협상에 응하는 매도자가 늘었다"고 전했다.

체감 사례도 '매수자 우위'

텍사스 오스틴 인근에서 집을 찾던 존·해나 보컬 부부는 2024년엔 가격이 과하다고 느꼈지만, 올해 1월에는 매물가 대비 4% 낮은 가격에 오퍼가 성사됐다. 존 보컬은 "수요 둔화로 시장이 분명 매수자에게 유리해졌다"며 "지금이 매수자로서 가장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다.